“野 대선불복” vs “與 헌법불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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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발언 놓고 프레임 전쟁

지난 대선의 당사자인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3일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며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논란에 뛰어든 것을 계기로 여야는 새로운 정치적 프레임을 내걸고 공수(攻守)를 전환한 모양새다.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은 문 의원의 발언을 고리로 “대선 불복”이라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그런 주장은 헌법 불복”이라고 맞받아쳤다.

새누리당은 24일 문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문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의심의 독사과와 불신의 독버섯을 경계해야 한다”며 “역대 대선에서 불복의 길을 걸었던 후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내내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는 병풍(兵風) 의혹에 시달리다 57만여 표 차로 패했지만 대선 결과를 수용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업 씨는 2002년 5월 한 인터넷매체에 이 후보 측이 아들의 불법 병역 면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수차례 대책회의를 하고 병적기록부 원본을 변조했다고 주장했고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대대적으로 이를 활용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5년 김 씨와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1억6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도 나섰다. 그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의 ‘부정선거’ 공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1500만 유권자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불법이나 부정에 의해 선거를 치르려는 생각은 목숨을 내놓더라도 안 하는 후보였다”며 “어떠한 불법선거도, 특히 국가조직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경기 화성시에서 연 고위정책회의에서 “국가기관의 불법적 대선 개입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을 대선 불복이라고 얘기하는 사람과 정당은 국가기관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헌법을 무시하는 헌법 불복 세력”이라고 역공했다. 그는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은 긴급조치를 비판하면 무조건 감옥에 가야 했던 유신시대의 논리”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전날 새누리당 회의에서 ‘국정원의 댓글이나 트위터는 한강 물에 물 한 바가지 부은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 데 대해서도 “한강 물에 물을 한 바가지 부었느냐, 100바가지 부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이 마시는 우물에 독극물을 부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한 핵심 관계자는 “2004년 한나라당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이야말로 대선 불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선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만큼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문 의원이 강수를 둔 것 역시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지방선거에서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대거 입성시켜야만 차기 대선 등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
#문재인#대선불복#헌법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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