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록 페스티벌 과열경쟁 ‘위험수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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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축제 행사만 5개 포화 상태
뛰는 출연료… 공연시장 공멸 우려

8월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무대에 서는 세계적 록 밴드 메탈리카(왼쪽 네 명)와 뮤즈. 현대카드 제공
8월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무대에 서는 세계적 록 밴드 메탈리카(왼쪽 네 명)와 뮤즈. 현대카드 제공
“두 팀 출연료만 40억 원이라면서요? 게임 오버죠.”(공연기획사 관계자)

여름이다. 7, 8월에 집중되는 여름 록 페스티벌을 앞두고 관객보다 공연기획사들이 더 뜨겁다. 대규모 록 페스티벌만 5개에 이르는 올해 여름 음악 축제 시장은 과열 경쟁 양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그 절정에는 록 밴드 메탈리카(미국)와 뮤즈(영국)에 대한 섭외 경쟁이 있다.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두 팀은 일본 서머소닉(8월 10, 11일)에 출연 뒤 한국 페스티벌을 선택할 기회를 잡았다.

한국의 슈퍼소닉(8월 14, 15일 서울 올림픽공원)과 시티브레이크(8월 17,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가 맞붙었다. 그 결과 현대카드가 올해 출범시킨 시티브레이크가 두 팀 모두를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축제 시장에 먼저 뛰어들면서 “일본 서머소닉과의 연계로 최강의 출연진을 꾸미겠다”고 공언했던 슈퍼소닉 쪽은 올해 입장료를 이례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고육책이다.

슈퍼소닉 측은 “시티브레이크 쪽이 상식 밖의 막대한 출연료를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슈퍼소닉 관계자는 “일본에서 2회 공연에 팀당 250만 달러(약 28억 원)를 받은 이들이 한국에서는 단 1회 공연에 180만 달러(약 20억 원)를 받게 됐다. 해외 팝 스타의 한국 공연 몸값을 높인 상징적인 사건으로 향후 국내 공연 시장의 공멸을 초래할 것이다”라고 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출연료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정당한 경쟁을 한 것뿐이다. 1회 공연 출연료가 2회 공연의 70∼80% 선에서 책정되는 것도 업계의 관례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두 팀은 출연료뿐 아니라 시설과 환경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출연 페스티벌을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페스티벌 시장 포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공연시장 성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오랜 준비나 철학 없이 뛰어드는 이들이 늘었다”면서 “인기 있는 출연진을 끌어와 당장 흥행부터 시키자는 근시안적 기획이 부닥치며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제는 넓은 공간과 화려한 출연진만으로 충분치 않다. 여유와 환경을 생각할 때다”라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록 페스티벌#공연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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