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통시장을 가다]히코네市의 시장현대화 사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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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골목 넓힐 때도 전통가옥은 그대로 보존
상인들 전통옷 입고 영업… 대형마트와 차별화

일본 히코네 시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6m인 시장 골목 폭을 18m로 늘려 현대화하는 반면 시장의 모습은 17세기 에도 시대의 것으로 바꾸는 등 ‘현대와 전통’을 조화시키는 전략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일본 히코네 시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6m인 시장 골목 폭을 18m로 늘려 현대화하는 반면 시장의 모습은 17세기 에도 시대의 것으로 바꾸는 등 ‘현대와 전통’을 조화시키는 전략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마을의 경관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시장 활성화 방안이더군요.”

일본의 두 명품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부활이 ‘옛것을 지키고 가꾸는 원칙’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았다. 쇠락한 상권을 되살리는 길이 건물을 새로 짓거나 대형마트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히코네 시장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시장을 살리고 나아가 지역 주민의 자부심까지 회복한 사례로 꼽힌다.

인구 11만 명의 히코네는 1980년대 말 인구가 30% 감소할 정도로 빠른 도심쇠퇴 현상을 겪었다. 일본의 4대 고성(古城)인 히코네 성(1622년 건립)을 찾는 사람은 많았지만 관광객은 물론이고 주민까지 구도심을 외면했다. 낡고 좁은 시장을 현대적으로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1986년 히코네 유메쿄바시(夢京橋) 상인들은 6m에 불과한 시장 골목을 18m로 넓히는 결정을 내렸다(사진 참조). 찬반 양론이 격하게 맞섰다. 일부는 현대적 도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편은 역사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같은 논쟁 끝에 ‘올드 뉴 타운(Old New Town)’이란 새로운 비전이 탄생했다. 현대화를 추진하되 1600년대 에도시대의 전통 생활 풍경도 지켜간다는 절충안이었다. 시대별 통일성을 지키는 것을 리모델링의 원칙으로 삼았다. 히코네를 방문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전통 생활상’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야마모토 도미오 씨(64)는 “집의 절반을 도로 확장에 내놓은 주민의 경우 나머지 절반을 에도시대 모습처럼 잘 보존하도록 지자체가 전폭적으로 수리비를 지원했다”며 “주민 사이의 마찰을 줄이려고 재건축위원장은 마을에서 존경받는 의사를 추대했다”고 설명했다.

외관이 통일성을 갖게 되자 상인들도 자발적으로 전통 복장을 입고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특성을 활용한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구도심 개조에 나선 지 15년 만에 이룬 값진 성과였다.

나가하마·히코네=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전통시장#히코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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