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딩 일진 옷 못입겠다” 노스페이스 흔들

  • Array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노스페이스, 롯데百상반기 매출 비중 4년만에 1위자리 내줘

《 일명 ‘국민교복’ ‘등골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옷)’ 등으로 불리며 중고교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아웃도어 브랜드의 최강자 노스페이스가 흔들리고 있다. 노스페이스에 대한 공격은 크게 두 갈래다. 아이돌 톱스타를 기용해 인지도를 높인 후발 업체들의 공세와 하이엔드(Highend·최상류층을 겨냥한 고급 브랜드) 마케팅을 내세운 초고가 수입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겹쳤다. 노스페이스는 올 들어 처음으로 백화점 아웃도어 부문 1위에서 밀려났다. ‘노페(노스페이스)현상’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몰리는 등 역풍을 맞으면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 격변기에 접어든 아웃도어 시장

9일 본보가 입수한 롯데백화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에서 노스페이스의 비중은 2009년 30.1%에서 올해 상반기 18.2%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매출 비중 순위도 바뀌었다. 최근 4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노스페이스는 올 들어 처음으로 코오롱스포츠(19.0%)에 선두를 내줬다.

상반기 신장률로 따져도 노스페이스는 8.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반면 경쟁 업체인 코오롱스포츠(17.1%)와 K2(14.3%) 등은 올 들어 10% 이상 성장세를 유지했다.

노스페이스의 자리가 위태로워진 틈을 노려 2PM이나 소녀시대 윤아, 이민호 등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10대 마음잡기’에 적극 뛰어든 후발주자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네파(321.0%)와 아이더(171.5%) 등이 100% 이상 큰 폭으로 성장했다. 또 기능성 아웃도어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를 표방한 에이글(45.7%) 등의 신장세도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 아동·스포츠상품기획(MD) 1팀의 남동현 MD는 “노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아웃도어 ‘오강다중(五强多中)’ 체계가 최근 깨지며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남들이 다 입는 옷 대신 차별화된 스타일을 원하는 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노페 현상’ 부작용? 스타 브랜드의 딜레마

노스페이스가 압도적인 선두였던 아웃도어 브랜드 순위가 최근 흔들린 데는 ‘브랜드 갈아타기’ 움직임도 있다. 중고교생의 ‘노페 충성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아이돌을 내세워 10대 마케팅 공세를 펼치는 후발 업체가 늘며 유행에 민감한 이들의 선호도가 분산되고 있다. 중고교생 사이에선 ‘(잘 모르는) 1학년은 노스페이스 입고 2학년은 네파를 입는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떠돈다.

아웃도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남 학생들은 차별화되는 더 좋은 브랜드를 찾고 지방 학생들은 아이돌 스타가 등장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택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윤희수 네파 마케팅 팀장은 “노스페이스에서 옮겨 온 젊은층의 수요가 브랜드 신장세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새로운 브랜드로 옮겨 타는 이들을 붙들기 위한 업체별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가 ‘노스페이스 계급’ 등으로 희화화되면서 중년 고객들도 일부 빠져나갔다. ‘중고교생 일진이 입는 옷’을 입는 데 불편함을 느낀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기능성이 강조된 몽벨, 블랙야크 등을 택하거나 아예 남들과 다른 초고가 수입 브랜드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년층 사이의 입소문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테릭스, 몬츄라, 마무트 등이 대표적이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스페이스처럼 특정 브랜드가 사회적 이슈에 얽히는 경우 톱 브랜드라는 점이 부각되는 것은 장점이지만 장기적으로 제품의 사용자 이미지가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중고교생으로 고착된다는 점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스페이스 측은 “다른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려져 보이기는 하지만 전체 매출 규모로 보면 지난해와 비슷한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학교폭력의 상징처럼 이해되거나 10대 편향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CF에서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채널A 영상] ‘제2의 교복’ 노스페이스, 청소년 범죄 새로운 표적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노스페이스#아웃도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