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줄리아 로버츠, 백설공주서 악녀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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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 단독 e메일 인터뷰
“더 예쁜 백설공주 용서못해… 왕자 유혹해 왕국 차지할것”

‘백설공주’에서 왕비 역을 맡아 화려한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줄리아 로버츠. 하지만 무겁고 불편한 이 옷 때문에 제작진은 그를 위해 ‘왕비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줘야 했다. 누리픽쳐스 제공
‘백설공주’에서 왕비 역을 맡아 화려한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줄리아 로버츠. 하지만 무겁고 불편한 이 옷 때문에 제작진은 그를 위해 ‘왕비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줘야 했다. 누리픽쳐스 제공
‘로맨틱 코미디 퀸’이 진짜 ‘퀸’으로 귀환했다.

3일 개봉하는 ‘백설공주’에 출연한 줄리아 로버츠(45)다. 모두가 다 아는 동화 ‘백설공주’를 영상화한 이 작품에서 로버츠는 공주를 시기하는 못된 왕비로 나온다.

‘100만 달러짜리’라는 수식어가 인색하게 느껴질 만큼 환한 웃음이 매력적인 로버츠. 그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미국 잡지 ‘피플’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서 3위에 올랐을 만큼 뭇 남성의 로망이었다. 그보다 순위가 앞선 여인은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와 그레이스 켈리 전 모나코 왕비뿐이다.

하지만 세월이 그에게 백설공주 대신 왕비 역을 준 것일까. 최근 본보와의 단독 e메일 인터뷰에서 로버츠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 왕비 역할 제의가 들어왔을 때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왕비의 캐릭터가 새롭더군요.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이 흥미로웠어요. 제작진의 끊임없는 ‘구애’도 한몫했고요.”

타르셈 싱 감독의 로맨틱 판타지인 ‘백설공주’는 그림형제의 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동화에서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잠들었다가 왕자의 키스를 받고 깨어나는 공주는 영화에서는 위기에 처한 왕자를 구한다. 일곱 난쟁이가 산적 떼로 그려지는 등 유머도 살아있다. 공주 역은 23세 신인급 여배우 릴리 콜린스가 맡았다.

왕비도 악역이라지만 귀여운 악역에 가깝다. “다른 영화에서도 악역을 맡긴 했어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제가 굉장히 못된 역할을 연기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았죠. 왕비는 실생활의 악역이라기보다 ‘다른 나라’의 악역이라 기분 나쁘진 않았어요. 오히려 재미있었죠.” ‘내 남자친구의…’에서 그는 친구로 지내던 남자의 결혼을 방해하는 여성으로 나온다.

모든 여성의 판타지가 담긴 동화를 스크린에 옮겨 만족감을 주기는 쉽지 않다. 제작진은 제작비 1억 달러(약 1130억 원)를 퍼부어 공주가 사는 성(城)과 난쟁이들의 숲, 그리고 등장인물의 의상을 화려하게 그려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시오카 에이코 의상감독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아름다워지는 데는 고통이 따르더군요. 의상이 무척 무거웠어요. 특히 결혼식 장면에서 입었던 흰색 드레스는 나무 코르셋까지 한몫해서 무게도 부피도 상상 이상이었죠.”

‘귀여운 여인’ ‘노팅힐’ 등에서 남자를 울리던 그이지만 이번에는 왕자를 유혹하기 위해 애쓴다. 비둘기 배설물로 얼굴을 마사지하고 입술에는 벌침을 맞는다. “싱 감독은 내 트레이드마크인 웃음소리와 미소의 ‘다른 악한 면’을 보여주길 원했어요. 잘생긴 젊은이(왕자)를 거침없이 유혹하고 고아가 된 수양딸에게 끝없는 적대감을 나타내는 요부로 변신하길 요구했죠.”

그를 외모와 호탕한 캐릭터만으로 승부하는 배우로 부를 수는 없다. 지난해 톰 행크스와 호흡을 맞춰 중년에 맞닥뜨린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낸 ‘로맨틱 크라운’에서는 연기가 한층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1년 ‘에린 브로코비치’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도 탔다.

“이번 영화에서 만난 콜린스에게 이런 얘기를 가끔 했어요. ‘준비 잘해라’ ‘배우는 스스로 정직하게 행동해야 한다’ 등등…. 이런 것들이 쌓여서 더 좋아진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작품이 끝나면 내 연기가 항상 아쉬워요.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어요. 만약 20년 후에도 연기를 하고 있다면 그때 다시 (나 자신을) 평가해보겠어요.”

수많은 별이 명멸하는 할리우드에서 20년 넘게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그에게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려고 해요. 그래서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요. 예전에 어느 감독이 저에게 레이저로 주근깨를 없애자고 했는데 아직도 (주근깨가) 있어요. 얼굴의 주름조차 연기라고 생각해요. 내 연기는 자연스러움이 최고라고 봐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줄리아 로버츠#백설공주#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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