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 따면 대통령 지지율 상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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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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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력-국격 상승으로 인식
국가상징 대통령 지지 연결
국정수행 긍정적 시각 확대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면 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할까?

한국 선수들의 낭보가 잇따랐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월 들어 한나라당 내분 등의 악재로 45.2%(1월 29일)→ 44.1%(2월 5일)→ 39.8%(2월 12일) 등으로 하락 추세였으나 모태범 선수가 금메달을 딴 다음 날인 17일 조사에서 47.7%로 급반등했다.

올림픽 월드컵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에서 우리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덩달아 오르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야구 등의 몇몇 종목에서 한국 선수단의 선전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 전보다 약 5%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4월 열린 17대 총선 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그해 7월에는 34.2%에 머물렀으나 8월 종합 9위로 8년 만에 '톱 10' 진입에 성공한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후 3%포인트가 상승한 37.4%를 기록했다.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5월 34.7%였던 지지율이 월드컵 후 실시한 7월 조사에서는 45.9%로 무려 11%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이런 '동반자' 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설명할까?

▽'좋은 성적=국력의 상승'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는 "사람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국력과 국격의 상승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경기 결과에 환호하거나 선수단을 격려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지지율 상승에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대통령은 국가를 상징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가적 대사(大事)를 대통령과 연결시킨다"며 "2008년 초 남대문 화재 사건 당시에는 아직 임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정치학과의 한 교수는 "정부 측 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나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연상작용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이러한 효과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며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1998년 월드컵 우승 당시 경기장에서 환호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고 말했다.

▽'좋은 일은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게 만든다'

중앙대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는 '장(場·field) 의존 인지 양식' 이론으로 설명했다. 이는 사람들이 어떤 사안을 독립적으로 떼어 보기보다는 주변 상황과 연결시켜 판단하는 성향을 가리킨다. 현 교수는 "설문조사 직전 벌어진 설문과 관계없는 사건이 설문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선전은 국민들로 하여금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너그럽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컨설팅본부장은 "겨울올림픽이 다른 이슈들을 모두 가리기 때문에 세종시 논란 등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만한 정치적 이슈들을 모두 가려버리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3~5%의 상승효과 있지만 지속성은 낮아'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포츠 경기의 선전이 "약 3~5%포인트의 지지율 상승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강원택 교수는 "단기간에 '3~5%포인트'의 상승률은 엄청난 효과"라며 "정치에서 이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개혁정책의 성공이나 대형 국가사업 완수 등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수 대표도 "이 대통령 재임기간 중 단기간에 5%포인트대의 상승을 경험한 것은 주요 20개국 (G20) 회의 유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등의 호재가 있을 때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효과는 어디까지나 '단기적 효과'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끝나고 3~4주 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의 하락세가 이어졌다"며 "국면 전환의 계기는 될 수 있지만 장기적 호재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장 큰 효과를 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11%포인트 가량 상승했던 지지율이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한 달만에 9.2%포인트가 급락하기도 했다.
특히 세종시 논란을 잠재웠던 '진공청소기' 역할은 효과가 금새 사그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투표 등 계속해서 새로운 불씨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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