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내신형? 수능형? 다시보자 우리아이!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중학생 자녀 유형을 미리 알아야 고교 때 웃는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내신에 강한 학생과 수능에 강한 학생이 갈린다.

최상위권은 내신과 수능에서 모두 잘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내신 혹은 수능 중 한 가지를 상대적으로 더 잘한다.

‘내신형’ 혹은 ‘수능형’으로 불리는 공부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중학생 자녀가 내신형인지, 수능형인지를 알면 취약한 부분을 미리 보완해 고등학교 때 내신, 수능을 모두 잘 하는 최상위권으로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자녀는 자신을 수능형으로 믿는다.

수험생 커뮤니티인 ‘수만휘(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응한 고등학생 833명 가운데 69%인 575명이 자신을 수능형, 나머지 31%인 258명이 자신을 내신형이라고 답했을 정도.

하지만 이런 자녀의 믿음은 정말 옳은 것일까.

내신형, 수능형을 판가름하는 올바른 기준을 살펴보자. 》

○ 꼼꼼한 내신형, 덜렁대는 수능형

학생들은 누구나 내신형, 수능형의 두 가지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다. 다만 이 중 한 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할 경우 내신형 혹은 수능형으로 부른다.

내신형은 성격이 꼼꼼한 완벽주의자가 많다. 자연스레 암기에 능한 경우가 많은데 교사가 수업시간에 강조한 내용이나 문제를 외워서 학교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내신이 잘 나온다. 국어, 영어, 암기과목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 과목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교무실까지 쫓아가 교사에게 교과서를 보이며 “이거 시험에 나와요, 안 나와요?”라고 묻는 것도 내신형이다.

수능형은 언뜻 대충대충 하며 덜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로 암기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 유형의 학생은 머릿속에서 역사를 연대기별, 사건별로 구조화하거나 수학개념을 이해해 고난도 응용문제에 도전하기를 좋아한다. 한 개념, 한 문제를 두고 오래 고민하는 수학, 과학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성적은 실력에 비해 안 나오는 편.

어른들이 봤을 때 키우기 편한 쪽은 내신형이다. 내신형은 부모 말에 잘 따르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우등생 스타일이라면 수능형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좋아하는 대상에만 이틀이건 사흘이건 매달리는 영재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계획성을 놓고 비교해보면 내신형은 ‘나무 보기’에 강하고 수능형은 ‘숲 보기’에 강한 게 특징이다. 내신형은 학교 시험이 다가오면 3∼4주 여유를 두고 과목별로 공부 순서와 시간을 정해 철저하게 대비하는 등 단기적인 계획을 잘 세운다. 반면 수능형은 ‘수능 시험을 위해 1학년 때는 국어·영어·수학 기초를 다지고 2학년 때는 사회·과학을 보고 3학년 때는 총정리를 해야지’처럼 큰 그림을 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줄 안다.

내신형은 수업태도도 좋고 필기도 잘 한다. 수행평가도 하나도 안 놓치고 최선을 다한다. 학원 종합반의 빡빡한 스케줄에도 잘 적응한다. 이 유형을 상징하는 말은 ‘성실성’이다. 반면 수능형은 평소에 할 공부를 미뤄뒀다가 시험 때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일이 잦다. 수행평가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유형은 오히려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 내신형, 수능형 학생의 장단점은?

중학교에서 상위권인 학생들은 대부분 내신형이다. 내신형은 개별 단원의 내용을 암기, 반복해서 ‘단기 기억’으로 만드는 데 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학교 교사나 학원 강사가 강조한 내용을 성실하게 외운다. 전교 상위권을 다투는 학생들은 1∼2점 차로 등수가 갈리기 때문에 완벽주의자인 내신형은 내신이 잘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신형 중에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확 떨어지는 학생들이 있다. 내신형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만드는 데 취약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알아도 제대로 알고 이해해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연결하는 수능형과 달리, 그때그때 암기해서 단기 기억을 늘리는 내신형은 공부할 양이 많아지는 고등학교에 가면 자포자기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내신형은 자신이 배운 내용 간 연결고리를 찾아내서 구조화하는 능력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력이 필요한 수능에서 상대적으로 약하다.

반면 중학교 때 별로 눈에 안 띄다가 고등학교 때 갑자기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은 대개 수능형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학습량이 많아지고 응용·심화 문제도 많이 나온다. 공부할 때 항상 목차, 학습목표, 내용 순으로 전체 흐름을 꿸 줄 아는 수능형의 ‘진짜 실력’이 이때 빛을 발한다. 수능형은 넓은 범위 가운데서 어떤 걸 알아야 하고 어떤 걸 넘어가도 되는지 파악하고, 여러 과목과 단원 간 연결고리를 찾아내 통합교과 문제를 풀 줄도 안다. 결국 출제범위가 넓고 종합적인 문제가 나오는 수능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수능형은 암기와 반복을 싫어해서 내신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전체 흐름을 이해하지만 세세한 내용은 외우지 않기 때문에 학교 시험에서 실수도 많다. 얼핏 보면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유형이다.

○ 엄마들이 잘 빠지는 착각은?

자녀가 내신형이 아닌데도 내신형이라고 믿는 학부모가 의외로 많다. 최상위권 자녀를 둔 학부모가 그렇다. 학교나 학원에서 착실한 태도를 보이고 공부습관이 잘 잡혀 있어 내신형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면 복잡한 개념을 잘 이해하고 응용도 잘하는 수능형으로 판별되는 경우다. 사실 이런 학생은 중고교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기 때문에 유형을 착각해도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자녀가 수능형이 아닌데도 수능형일 것이라고 잘못 짐작하는 경우다. 이런 착각에 빠지는 학부모는 매우 흔하다. 자녀가 중학생 때는 공부를 못해도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잘할 수능형이라고 믿고자 하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자주 하는 말인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속에는 바로 이런 잘못된 믿음이 깃들어 있다.

부모가 수능형이라고 착각하는 자녀는 사실 ‘논술·면접형’이라 불러야 할 학생들이다. 논술·면접형은 상식이 풍부하고 창의적이기는 하지만 수능형처럼 ‘응용’을 잘하는 쪽이 아니라 요령을 잘 부리는(시쳇말로 ‘잔머리를 잘 굴리는’) 유형이다. 이런 학생은 내신, 수능에 모두 약하다.

도움말 김경미 스터디맵 상담실장, 허진오 와이즈멘토 팀장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알림

여름방학을 맞아 7월 28일자, 8월 4·11일자 ‘신나는 공부’는 발행되지 않습니다.

‘신나는 공부’는 8월 18일자부터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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