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수들도 음반시장 버리고 트위터로 유튜브로…

  • 입력 2009년 7월 7일 23시 06분


트위터에 설치된 원더걸스 소희의 블로그.
트위터에 설치된 원더걸스 소희의 블로그.
"나 미투데이에서 '2NE1' 박봄하고 친구됐다!"

가수들의 온라인 진출이 활발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최근의 행태는 이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음반판매를 위한 홍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누리꾼들과 관계(1촌) 맺기를 시도하고 있다. 가수들이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 속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 빅뱅으로 떠오르고 있는 2NE1(투애니원)은 최근 그녀들의 일상과 숙소생활, 무대 뒷 이야기 등을 국내 대표적인 마이크로 블로그인 미투데이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오늘 손톱에 이쁜 보라색 발랐어요 큐빅두 ㅋ 이쁘죠"라는 멘트와 사진은 음악과는 전혀 무관한 가벼운 일상사를 다룬 내용이지만 팬들에게는 마치 1대1로 말하는 듯한 느낌을 건네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온 트위터와 비슷해 '토종 트위터'로 불리는 미투데이에는 이 밖에도 에픽하이나 가수 이적 씨 등이 자신의 팬들과 교류하며 팬층의 지지를 넓혀가고 있다.

● 소셜 네트워크로 진출한 가수들

최근 미국 진출을 시도한 여성그룹 원더걸스는 한국사이트가 아닌 미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인 '트위터'에 블로그를 개설했다. 미국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노래실력 이외의 엔터테인먼트 자질을 선보이겠다는 의도다. 빅뱅으로 널리 알려진 YG패밀리는 유튜브에 소속사 가수들을 전면 등장시킨 비디오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판 싸이월드라 불리는 마이스페이스는 2400만곡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음악 데이터베이스이자 신인 가수들의 등용 무대가 됐다. Last.fm 판도라 아이밈 큐박스 등 공짜 음악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유사 음악서비스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셜음악 사이트인 Qbox.com의 권도혁 부대표(34)는 "전통적으로 음악이 귀나 눈으로 소비하는 재화였다면 이제는 친구들과 온라인상에서 함께 즐기고 떠드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풀이했다. CD란 형태의 음반을 팔아 먹고살던 시대가 끝나고 음악을 기반으로 한 종합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이른바 '뮤직 2.0'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주장이다.

팝의 여제(女帝) 마돈나는 최근 소니 EMI 워너뮤직 등 전통적인 음반사가 아닌 라이브네이션이라는 콘서트기획사와 독점계약을 체결했다. 음반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보다 콘서트나 광고로 인한 수입이 월등하게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포춘지는 락 그룹 롤링스톤즈의 수입원을 분석해 공개한 적이 있는데 이 가운데 콘서트 수입이 56%였고 음반판매 수익은 30%에 그쳤다. 락 그룹 라디오헤드는 지난해 자신의 신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원하는 만큼 돈을 지불하고 가져가라"는 깜짝 이벤트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미국에 비해 콘서트 시장이 비교적 작은 한국은 더 특이한 경우다. 원더걸즈를 기획한 JYP의 박진영 대표는 세계시장 프로모션 도중 "JYP의 수입원은 음반판매 보다 광고 수익이 월등히 많고 절반을 넘어섰다"는 발언으로 전 세계 음악인들을 경탄시킨바 있다. 어찌됐건 음반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 음반 판매시장보다 오히려 새로운 시장 주목

이제는 저작권법이 무서워 음악을 꼭꼭 숨겨두기 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저가(혹은 무료)로 공개해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광고나 콘서트 등의 새로운 수입원으로 '대박'을 터트리려는 추세로 가고 있다.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소셜사이트에 진입하는 이유도 자신의 팬층을 단단히 결집시켜 향후 음반 이외의 활동을 통한 수입을 다각화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려는 포석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마이스페이스나 트위터로 자신의 번개 콘서트 소식을 알리거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해 깜짝 놀랄 만큼의 수익을 올리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이 음반시장에 빠르게 불어 닥친 이유는 음악 시장의 급속한 온라인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누구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짜로 음악을 접할 수 있고 기성 가수보다 더 뛰어난 독립 뮤지션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는 설사 곡당 1달러 혹은 그 이하로 판매하더라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소셜뮤직 관계자들은 원더걸즈나 2NE1 보다 오히려 한걸음 뒤쳐진 홍대 앞 인디밴드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고집스럽게 CD만들어 방송사에 홍보하려하지 말고 더 빨리 온라인에서 권력을 획득하라! 그것이 바로 당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음악시장 전체가 사는 길이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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