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자폐증 아들의 첫 월급… 꿈만 같았죠”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16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하고 있는 이정욱 씨. 지체장애 2급인 이 씨는 송파구 장애인직업재활센터를 통해 직장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 씨는 “일도 재미있고 다 잘 대해 주신다”며 웃었다. 사진 제공 송파구
16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우체국에서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하고 있는 이정욱 씨. 지체장애 2급인 이 씨는 송파구 장애인직업재활센터를 통해 직장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 씨는 “일도 재미있고 다 잘 대해 주신다”며 웃었다. 사진 제공 송파구
‘모친 헌신적 뒷받침’ 고교 마친 2급장애 이정욱 씨

구청 도움으로 우체국 일자리 얻고 ‘자활의 꿈’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우성자 씨(57·여)는 아들 이정욱 씨(27)가 첫 월급을 받아 왔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우 씨는 아들이 세 살 되던 해에 아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아들은 다섯 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자폐증을 앓던 이 씨는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이 씨가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우 씨의 헌신적인 뒷받침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 씨가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것은 어려웠다. 자폐 증세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이 씨가 요즘은 ‘출근’을 한다. 송파구 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를 통해 송파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분류하는 일자리를 얻게 된 것. 이 씨는 매월 4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우 씨는 “아들이 월급이라는 것을 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 걱정 없이 내 아이가 일을 한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인사 잘하고, 게으름 부리지 않고 일하는 이 씨는 우체국 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이 씨는 “다 잘해줘서 하나도 안 힘들다”며 “돈(월급)은 통장에 다 모아 놨다”며 웃었다.

송파구 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이 씨처럼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17명을 송파우체국과 경기 성남분당우체국 등에 소개해줬다. 이 센터에는 8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장애인들의 취업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홍영진 사무국장은 “장애인작업장, 취업알선센터, 직업적응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다”며 “소개해 준 것 외에 현재 18명이 센터 내에 자리 잡은 작업장에서 물품을 만들고 돈도 벌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장애인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과거 장애인 지원이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노원구는 16일 시각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돕기 위한 ‘보이스 내비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운전자의 길 안내에 사용되는 내비게이션처럼 단말기에서 음성으로 경로를 안내한다. 경로를 한 번만 입력해 놓으면, 시각장애인이 혼자서도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수천만 원이 드는 안내견 구입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구는 보고 있다. 구는 이 시스템을 특허 출원하고, 상계동 마들근린공원을 시범지역으로 지정해 실용화할 계획이다.

강동구는 5월부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도서관 택배 서비스’를 실시한다. 혼자서 책을 빌릴 수 없는 장애인들이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대출 신청을 하면 우체국 택배를 통해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반납도 우체국 택배로 할 수 있다.

구로구는 지난해부터 청각장애인이 집 안에서 방문객을 확인할 수 있는 경광등을 제작해 장애인 가정에 보급하고 있다. 방문객이 초인종을 누르면 내부에 설치된 경광등이 세 가지 색깔을 내 방문객이 왔음을 알려준다.

서울시도 15일부터 ‘서울시각장애인 심부름센터’ 차량을 현재 105대에서 125대로 늘려 시각장애인 수험생이나 장애인, 민원보조 대상자 등에게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기로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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