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치기’, 고교야구 관전 묘미 배가

  • 입력 2009년 3월 27일 11시 13분


‘스릴만점, 흥미진진, 시간단축, 혹사방지…’

올해 국내야구의 첫 문을 연 제63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스포츠동아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에 새롭게 도입된 승부치기가 각 팀의 감독들과 선수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승부치기란 야구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동점으로 종료 시, 11회부터 무사에 주자 2명을 1루와 2루에 내보낸 상태에서 공격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국제야구연맹(IBAF)이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마련한 제도로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시행되면서 야구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작년까지 무제한 연장승부를 펼쳤던 고교야구는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승부치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야구에서도 승부치기룰이 적용되고 있다. 아마야구는 9회 정규이닝을 마친 뒤 연장 10회부터 곧바로 승부치기에 들어가는 개정된 룰을 선보이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경기를 치르는 투수들의 혹사를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한 것.

이번 황금사자기에서 첫 승부치기는 개막일 야탑고와 충훈고의 경기에서 있었다. 9회까지 1-1로 팽팽히 맞서던 두 팀은 연장 10회부터 승부치기에 돌입해 2점을 획득한 야탑고가 1점에 그친 충훈고를 물리치고 승부치기 제도의 첫 수혜를 입었다.

김성용 야탑고 감독은 “국제적으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고교대회에도 적용해야 한다. 장차 한국야구를 이끌어 나갈 어린 선수들이 선경험을 한다면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승부치기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작전은 어느 감독이나 똑같을 것이다. 번트를 잘 대는 선수를 먼저 타석에 세운 뒤 후속타자에게 한 방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며 승부치기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야구의 묘미를 배가 시키는 승부치기는 26일까지 총 7경기가 열렸다.

승부치기의 짜릿함을 처음 맛본 최계훈 인천고 감독은 “선수보호 차원과 시간단축 면에서 승부치기를 도입한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고, 박동수 용마고 감독도 “재미있다. 승부치기로 인해 고교야구 인기가 높아졌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홍상욱 서울고 감독 역시 “선수들이 승부치기에 부담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투수혹사 방지를 위해서라도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감독들에게 환영 받고 있는 승부치기는 선수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23일 제주고와의 경기에서 10이닝 완투를 펼친 군산상고 박종훈(3학년)은 “만약 승부치기가 없었다면, 12회, 13회까지 던졌을 지도 모른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인천고 이창진(3학년)도 “정규이닝 때보다 훨씬 긴장됐다. 집중력도 높아지고 좀 더 재미있는 경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숨어 있는 진주를 발견하기 위해 모든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스카우트들에게도 승부치기는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김진철 LG 스카우트 팀장은 “승부치기로 인해 선수들과 관중들은 큰 재미를 얻고 있다. 아마추어대회에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김 팀장은 승부치기의 맹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다. 타순 조정이 가능한 승부치기에서 승리한다 해도 진정한 승자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시간단축, 투수혹사방지, 재미백배 등의 장점과 진정한 승부가 아니라는 비난 사이에 공존하고 있는 승부치기. 승부치기가 아마야구의 발전에 기여하며 깊숙이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동아닷컴 황금사자기 특별취재반

고영준 기자 hotbase@donga.com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사진=하정탁 대학생 인턴기자

문자중계=박형주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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