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권력을 위한 정치노조’ 민노총 시대 끝내야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권용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가 지난달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쓴 ‘민주노총 보고서’ 내용이 공개됐다. 이 책에는 그럴듯한 수사(修辭) 뒤에 숨겨진 민주노총의 부패상과 도덕성 상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민노총 초대 사무총장과 현대엔진 초대 노조위원장을 지내면서 198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적 존재였던 권 씨가 결국 반(反)민노총의 깃발을 들어야만 했던 고뇌가 짐작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금 5억2000만 원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했다가 원금까지 날린 1999년의 ‘민노총 재정위 사건’ 관련자들은 뒤에 민주당 의원,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 등을 지냈다. 또 2001년부터 4년 이상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사람은 사측인 택시운송조합 간부들로부터 8000만 원을 받아 개인 빚을 갚았다고 돼 있다. 2001년 9월부터 3년 이상 민노총 핵심인 현대자동차 노조 전현직 간부 20명은 38명을 취업시키고 7억8000만 원을 받아 골프, 해외여행, 부동산 투자 등에 썼다. 이 밖에도 납품업체에 뇌물과 성(性)접대 요구, 일은 안 하고 특권층처럼 행세하는 노조 전임자 횡포 등 충격적인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노총의 맨얼굴은 이미 노조가 아니라 ‘노동권력자들’을 위한 부패집단에 가깝다. 민노총은 핵심 간부의 여성조합원 성폭행 파문과 비현실적 강성 투쟁 등에 대한 비판을 수습하기 위해 12일 ‘코드’가 맞는 정당 및 외부 단체와 함께 이른바 혁신대회를 연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끼리 모여 얼마나 본질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대착오적 이념과 전투적 노동운동에 집착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썩을 대로 썩은 민노총을 이대로 두고는 일자리 창출도, 국가경쟁력 강화도, 국가 선진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근로자들은 민노총식(式) 노동운동을 더 따라가다가는 개인과 소속 회사가 공멸(共滅)하기 십상인 냉엄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도 민노총처럼 ‘민주’나 ‘진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면서 뒤로는 악취가 날 정도로 부패했거나, 특정 이념이나 정파(政派)의 홍위병 노릇을 하는 일부 세력의 실체를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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