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동규]가면 뒤의 미네르바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인터넷을 포함한 언론이나 사람들의 최근 화젯거리는 단연 미네르바의 체포에 대한 얘기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주 내내 지겹도록 폭력과 말싸움으로 얼룩진 국회의 여야 간 대립 모습을 지켜봐야 했는데 경제위기 이후 많은 사람의 관심과 주목을 받아온 미네르바가 잡혔다는 소식으로 그의 실체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궁금히 여긴 뉴스였기 때문이다.

‘인터넷 우상’에 사회혼란 겪어

인터넷 공간에서 미네르바의 힘은 대단했었다. 해박한 경제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예측한 내용은 신기할 정도로 현실화된 것도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에 대한 예견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갈수록 사이버 우상이 되었고 급기야 경제 대통령이라는 최대 수식어까지 붙여졌다. 명문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지도 않았고 금융기관 등 실물경제 분야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전문가도 아닌 평범한 사이버 논객이 이토록 우리를 놀라게 한 현상은 분명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이 가져다 준 결과물이다.

인터넷은 그동안 한순간에 어느 개인을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집단으로 가해진 사이버 테러 등으로 한 사람을 매장시키기도 했다. 몇 개월 전 세상을 떠난 최진실 씨만 하더라도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관한 괴소문에 괴로워하다 자살하지 않았는가. 미네르바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에서 경제상황을 분석한 글로 사람들을 열광시키더니 갑자기 사과의 글을 올리는 등 갈팡질팡하다가 검찰에 체포됨으로써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우스운 모양이 되어 버렸다.

미네르바와 관련된 논쟁은 앞으로 인터넷을 둘러싼 복잡한 이슈를 더욱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즉,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법리 공방, 인터넷 실명제 확대 실시를 둘러싼 갈등, 가장 최근의 쟁점인 사이버모욕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다.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체포된 미네르바가 진짜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혹여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여러 명이 활동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인터넷은 정보사회를 꽃피우는 네트워크이자 정보 공급원이지만 기존의 사회질서나 규범과 달리 혼란을 가중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오래 지속될수록 사회구성원을 분열시킬 뿐이다.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어떤 것이 올바른 정보이고 잘못된 정보인지를 파악하고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동안 많은 사회비용을 지출했다. 그 과정에서 논란도 많았다. 경제학을 제대로 전공하지 않은 미네르바도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준 인터넷에서 본인의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때론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정보도 접하거나 인용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야말로 익명성 문화 등 우리 사회의 정보생산과 소통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 검토와 이에 따른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실명밝혀 책임지는 풍토 조성을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미네르바의 허위내용을 담은 글이 공익을 해칠 만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그는 이미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가 쓴 글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인터넷이 개인의 신상정보가 가려진, 익명성을 전제로 진화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미네르바처럼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부터라도 책임을 전제로 한 실명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원칙이 정착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야만 인터넷상의 정보나 내용이 우리를 구원해줄 메시아같이 등장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신기루같이 사라지는 허상의 공간이 아니라 진정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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