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실질임금 10년 만에 마이너스

  • 입력 2008년 12월 27일 02시 59분


내년 1분기 수출경기 전망 사상 최악

국제유가 급등과 금융위기의 여파로 올해 하반기(7∼12월)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임금이 10년 만에 처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감소와 기업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내년에도 실질임금 상승률이 상당 기간 ‘마이너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26일 한국은행과 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3분기(7∼9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하락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명목임금은 2.6% 증가했는데 소비자물가는 5.5% 상승해 물가 상승분을 빼면 임금이 사실상 감소한 것.

경기 침체가 가시화한 4분기(10∼12월)에도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한은 전망 4.5%)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올해 하반기의 실질임금은 반기 기준으로 1998년 하반기(―10.9%) 이후 처음 감소하게 된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에) 고용 사정이 부진하고 물가는 당분간 쉽게 낮아지지 않아 실질임금 측면에서 소폭의 마이너스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득이 줄면 지갑이 얇아져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진다. 또 은행 등의 연체율이 급등해 금융회사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 임금근로자의 실질 구매력은 3분기에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하락해 1999년 1분기(―1.3%)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내년 상황은 더 어려울 것 같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802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9년 1분기(1∼3월) 수출산업 경기전망조사(EBSI) 전망치는 33.4로 2002년 3분기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EBSI 전망치가 100 미만이면 수출 부진을 예상하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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