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된 속편…‘쏘우5’ 돈냄새만 풀풀

  • 입력 2008년 12월 4일 08시 03분


2004년 베트남 출신 한 젊은 감독이 선보인 ‘쏘우’는 전 세계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끔찍한 부비트랩에 갇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게임을 벌어야하는 잔혹함, 그리고 뒤통수를 때리는 빈틈없는 반전까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던 기존 공포영화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신선함은 많은 관객들에게 오싹한 공포를 선물했다.

하지만 5년 후 ‘쏘우’는 스스로 전설을 무너뜨렸다. 고갈된 아이디어는 과거의 참신함 대신 억지만 남겼다. 이미 불안한 조짐은 3편부터 시작됐다.

끔찍한 살인게임을 벌이는 주인공 직쏘의 생명은 이미 1편부터 악성종양 때문에 위독했다. 하지만 제작사는 시나리오 작가들을 닥달하며 직쏘의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켜왔다.

제작사가 이처럼 ‘쏘우’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돈 때문이다. ‘쏘우‘ 시리즈는 매년 핼로윈 시즌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영화를 선보였고 지금까지 6억5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2006년 3편은 ‘레전드 오브 조로’까지 제치며 개봉 첫 주 흥행정상을 차지했다. 스토리나 영화적 완성도에서는 이미 만신창이 된 4편 역시 지난 해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어야 했다.

4편에서 직쏘는 최후를 맞았다. 그리고 그렇게 ‘쏘우’도 막을 내리는 듯 했다. 하지만 돈의 망령은 5편을 제작하게 했고 직쏘는 부활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당연히 억지스러운 설정이 뒤따른다. ‘쏘우’ 제작진은 시리즈 사상 가장 엉성한 줄거리를 가리기 위해 더 잔혹하고 끔찍한 장면으로 도배한다.

그러나 ‘쏘우’의 전매특허였던 살인게임 부비트랩의 아이디어 역시 3편부터 바닥을 보였다. 스스로 악마 같은 살인마지만 또 다른 악을 응징하기 위해 살인 게임을 시작한 직쏘의 카리스마도 사라졌다.

새로움, 신선함으로 미국 공포영화의 새바람을 불러 넣었던 ‘쏘우’는 이제 과거의 영광을 갉아먹는 돈의 노예로 전락했다. 부디 바람이 있다면 제발 6편은 제작되지 않기를.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사진제공|성원아이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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