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액 엄청나서? 긴박한 위법사실 포착?

  • 입력 2008년 11월 26일 03시 03분


■ 국세청, 박연차씨 검찰 고발

대검 중수부 朴씨 수사 전담부서 지정 비자금 추적

정화삼 형제 30억 중 일부 노건평씨 전달여부 수사

盧씨 “농사만 짓는 사람이 큰 덩어리 받을수 있겠나”

검찰이 국세청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혐의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뒤 탈세 과정에서 조성된 비자금을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검찰은 농협의 옛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사건에서 세종캐피탈 측 로비자금 중 일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의 몫으로 전달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실제로 일부 자금이 노건평 씨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금 추적에 힘을 쏟고 있다.



▽박연차 회장 수사, 비자금이 뇌관=검찰이 25일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를 박 회장 수사 전담 부서로 지정한 데는 박 회장이 세금을 탈루하면서 조성한 비자금을 샅샅이 살펴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만약 비자금 용처 수사에서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로서 그와 가까운 정치인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또 국세청이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일찌감치 검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박 회장의 혐의가 매우 무겁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막대한 포탈세액을 추징하는 때에도 해당 법인이나 개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일은 많지 않다. 오히려 국세청은 기업의 조세포탈 사실을 확인하고도 세금을 받아낸 뒤 수사 의뢰를 게을리 해 ‘돈으로 때운다’는 비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공인회계사들은 “포탈세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에 고발한다는 것은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만큼 위법 사실이 뚜렷하게 드러났거나, 포탈세액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경우”라고 말한다.

▽‘노건평 씨 몫’ 로비 자금 추적=검찰은 노 씨가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측의 청탁을 받고, 이를 정대근(수감 중)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로비자금 30억 원 중 일부를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25일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지금까지 노 씨에 대한 혐의가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로비자금이 차명계좌에 들어간 뒤 여러 차례 ‘세탁’됐기 때문에 이 자금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를 가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노 씨는 이날도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같이 농사만 짓는 사람이 그런 큰 덩어리(금품)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인들에게도 “내가 돈도 안 받고 사람만 소개시켜줬는데 무슨 죄가 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로비자금 30억 원 중 상당 부분이 세종캐피탈 측과 노 씨를 연결해준 정화삼(구속) 씨 형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홍기옥(구속) 세종캐피탈 대표가 29억6300만 원이 들어 있는 예금통장을 건넨 뒤 6000만∼7000만 원을 정 씨 형제에게 따로 건넨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정대근 전 농협회장이 받은 돈도 세탁=농협이 옛 세종증권을 인수할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정 전 회장이 세종증권의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 측에서 받은 50억 원의 용처도 검찰의 핵심 수사 대상이다.

정 전 회장은 농협 계열사 사장이 대표로 있는 컨설팅회사 I사에 경영자문료를 주는 방식으로 이 돈을 건네받았다. 그러나 이 돈은 이후 자금 세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농협의 숙원사업이던 증권사 인수를 위해 이 돈을 사용했는지부터 살펴보고 있다. 농협의 증권업 진출은 옛 농림부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등의 승인사항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에게 이 돈을 건넸는지도 조사 중이다. 정 전 회장은 옛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 전 회장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서 3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2006년 5월 구속되자 옛 여권의 주요 정치인들이 정 전 회장에 대한 구명운동에 이어 그가 수감 중인 구치소를 줄지어 방문해 화제가 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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