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美헤지펀드가 ‘뇌관’… 한국도 영향권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투자자들 수익성 악화로 자금 회수 줄이어

“지난달 430억 달러 인출… 계속 늘어날 것”

미국 월가의 붕괴를 야기한 투자은행에 이어 헤지펀드가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집한 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모기지 관련 채권 등 파생상품이나 주식 등에 투자해 온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금융위기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투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또 헤지펀드들이 보유한 주식 채권 등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출받은 은행으로부터 ‘담보증거금’을 더 채우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마진콜’이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들은 주식을 내다 팔며 현금을 확보해 투자자들의 환매와 마진콜에 대응하고 있어 주식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트림탭스투자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달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서 인출한 자금이 43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헤지펀드에서 이처럼 대규모 인출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트림탭스의 콘라드 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9월 430억 달러 자금 인출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10월에는 더 많은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자금을 인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일부 헤지펀드는 내년 3월까지 자금을 인출하지 않으면 10∼20%의 운용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며 투자자들을 달래고 있지만 자금 인출사태를 막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헤지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은 헤지펀드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헤지펀드연구소에 따르면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 손실이 누적되면서 헤지펀드 업계는 올해 들어 평균 17%의 손실을 냈다. 헤지펀드가 손실을 낸 것은 2002년(―1.45%)이 유일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발생하기 전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20% 안팎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헤지펀드들은 보유한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출을 위해 은행에 제공해야 하는 담보증거금을 채우라는 마진콜에도 시달리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차입거래 방식을 활용한다.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 10% 정도를 가지고 나머지 90% 정도는 은행에서 대출받은 뒤 이를 주식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을 때 담보증거금을 내야 한다. 보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부족해진 담보증거금을 더 채우라는 독촉을 받게 된다. 담보증거금을 채우지 못하면 은행 등은 대출금으로 매입한 자산을 강제 처분하게 되는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이처럼 투자자금 인출과 마진콜 요구를 맞추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시장에 팔아야 한다. 모기지 관련 채권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5일 사상 두 번째로 큰 하락폭을 보인 뉴욕 증시 추락의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마진콜을 맞추기 위한 헤지펀드의 투매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월가 안팎의 분석이다.

미국의 헤지펀드들은 한국 등 아시아 증시에도 거액을 투자하고 있어 뉴욕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의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JP모건체이스는 향후 1년간 헤지펀드에서 빠져나갈 투자자금이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헤지펀드들은 이에 맞춰 4000억 달러의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8000여 개의 헤지펀드가 2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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