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영희]재정분권 해야 진짜 지방자치

  • 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7분


지방소득세와 소비세의 도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지방자치가 좋은지와 연계하여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지방자치가 좋다면 당연히 중앙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판단하여 지방세를 걷어서 사용할 때 자율성과 책임성이 보장된다. 즉, 자식이 용돈을 필요로 할 때마다 부모가 주기보다는 자식이 스스로 벌어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자식의 독립심을 길러준다.

지방소득세-소비세 도입해야

지자체의 지방세 확충은 이런 논리에서 동일하다고 본다. 지방자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면 예전과 같이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원을 파악하고 나눠주는 체계로 환원하면 된다. 그러나 지방분권은 세계적인 경향이고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 등 여러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방분권이 강조된 지방자치의 실시가 필요하다.

지방분권을 위한 지방재정 확충은 지방세의 확충을 통해서 이루도록 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지방분권이 화두였지만 결과적으로 지방분권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지방세가 아닌 중앙의 이전재원만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은 재정분권을 전제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즉, 지자체의 재정에 대한 자율과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지방분권은 기대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방재정 확충을 통한 지방분권의 확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세의 확충이 절대적이다.

지방세의 확충은 지방소득 또는 소비과세의 도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방세의 주요한 세수는 재산과세인데 2005년 이후 재산세 과표의 급등으로 재산세 부담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는 재산세로 인해 정책당국은 재산세의 과표 조정과 세율 인하를 제안하는 실정이다. 지방의 주요 세목인 재산세가 하향 조정되면 지방세수는 더 줄어든다.

원래 직접세인 재산세만으로는 조세 저항이 우려되므로 지방세를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국가가 소득 또는 소비 관련 세원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추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999년 보고서도 소비 관련 세원의 지방 이양을 건의했다. 이 보고서는 비록 행정비용 및 납세순응비용, 과세원칙상의 어려움이 있지만 세계적 분권의 흐름에 따라 소비 관련 세원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 세수 배분은 8 대 2이지만 중앙과 지방의 재정지출 배분은 4 대 6이다. 즉, 지방이 세금으로 걷는 액수는 적은데, 쓰는 것은 국가에 비해 많다는 얘기다. 왜 지방이 지방소득세 또는 지방소비세를 걷어서 지방의 입맛에 맞게 사용하도록 못 해 줄까?

지방 격차는 중앙정부가 조정을

반대쪽 입장은 지방소득세 또는 지방소비세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것이 반대를 위한 반대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지방분권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이 갖는 장점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분권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 발전은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곤란하다. 지방소득세 또는 지방소비세를 통한 자주재원 확충 필요성에 동의한다면, 현행 지방세제도 틀 내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국세와 지방세 그리고 지방의 자주재원과 교부세, 국고보조금 등 의존재원 간의 조정을 통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분권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중앙과 지방은 동일한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영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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