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아버지, 난국의 대통령 됐다

  • 입력 2008년 4월 22일 02시 52분


‘파라과이 대선’ 페르난도 루고 당선… 61년만에 정권교체

빈민운동하던 주교 출신… 중도좌파 노선 표방

빈부격차 해소 - 경제 위기 탈출 최우선 과제로

《남미의 빈국 파라과이가 ‘빈자의 아버지’로 불려온 전직 가톨릭 신부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겼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0일 치러진 파라과이 대선에서 좌파정당과 사회단체 연합체인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의 페르난도 루고(56) 후보가 개표가 92% 진행된 상황에서 41%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최종 투표 결과는 22일 발표될 예정이지만 집권 콜로라도당의 블랑카 오벨라르(50·여) 후보는 31%의 득표를 얻는 데 그쳐 루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오벨라르 후보도 패배를 인정했다.》

1947년부터 계속 집권해 ‘세계 최장기 집권당’의 기록을 갖고 있던 콜로라도당은 이번 패배로 61년 만에 야당에 정권을 넘기게 됐다.

루고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직후 수도 아순시온에서 수만 명의 지지자들에게 “여러분이 파라과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했고 (나라를)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연설했다. 농민모와 샌들이 트레이드마크인 루고 당선자는 이날 목에 국기를 두른 채 조끼 차림으로 대중 앞에 섰다.

1977년 사제품을 받은 루고 당선자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파라과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산페드로 교구의 주교로 재직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반정부 집회를 주도하며 정치에 뛰어들었고 대선에 출마하면서 사제직도 버렸다.

AP통신은 이번 총선으로 남미에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에 이은 8번째 좌파국가가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현재로서는 파라과이가 중도 좌파 노선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루고 당선자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고 나는 성직자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의 노선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21일 전했다.

루고 당선자는 5년 임기 동안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면적 40만6752km²에 인구 610만 명인 파라과이는 국내총생산(GDP)이 93억4000만 달러, 1인당 평균소득은 1532달러에 불과하다. 국민의 1%에 불과한 특권층이 국토의 77%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 36%는 빈곤층으로 분류돼 지구상에서도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국가군에 속한다.

루고 당선자는 대내 정책으로 서민의 사회적 권리 향상과 공교육 활성화, 군부 시절의 과거사 청산, 농업 개혁 등을 약속했다. 대외적으로는 자국의 풍부한 수력자원을 이용해 주변 국가에 판매해 온 전력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내세웠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루고 당선자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판매되는 전력이 표준시세로 30억 달러가 넘지만 10억 달러도 못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로 주변 국가들과 상당 기간 힘겨루기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선거는 파라과이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된 1993년 이후 5번째 치러진 대선이다. 대통령 외에 하원의원과 주지사, 지방의원 등도 함께 선출됐다. 로이터통신은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앞으로 좌우파 간 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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