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 “도올, 박학다식하지만 권위지향적”

  • 입력 2008년 4월 9일 03시 02분


“솔직히 종합하자면, (도올 김용옥) 교수는 결국 대단히 수구적인 보수주의자요, 조선조 양반문화의 향수병에 걸려 있는 ‘복고적이고 회색적인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광수(57·사진) 연세대 교수가 자신의 책에 김용옥 순천대 석좌교수 등에 대한 날선 인물평을 실었다.

마 교수는 8일 출간한 문화비평집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에이원북스)에 실린 ‘나의 인물론’에서 김 교수를 비롯해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영화배우 안성기 씨, 중광 스님 등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마 교수는 ‘김용옥론’에서 “문장력이 뛰어나고 박학다식한 활동가”라면서도 “글들이 너무 추상적이고 권력이나 권위 지향적으로 흐르는 성품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저서들은 “유심론적 형이상학에 치우쳐 있다”면서 “귀족주의적인 발상의 소유자로 ‘선전용’으로 이용하는 기인은 추한 선정주의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마 교수는 ‘내가 만난 과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서 이 장관 재직 시 TV 진행자로서 인터뷰한 경험을 떠올리며 “‘집짓는 목수에 불과하다’는 식의 표현을 자주 썼는데 장관으로서의 언어표현은 못된다고 생각했다”며 “재직 시 좋은 일도 많았지만 알맹이 없는 정책이 줄을 이었다”고 평했다.

중광 스님에 대해서는 1989년 10월 대화를 나눈 경험을 토대로 “천진난만한 표정과 보들보들하고 맑은 피부가 인상적이었다”면서도 “그는 자신을 ‘미친 무당’에 비유했는데 진짜 미친 사람은 미쳤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법이므로 중광의 미친 짓은 일부러 꾸미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마 교수는 안성기 씨에 대해 “마스크가 한없이 착하고 상냥하게 보이지만 때로는 음흉한 야심가로도 보이기 때문에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가 될 수 있었다”라고 하면서도 “영화배우는 궁극적으로 관능적이어야 하는데 안성기는 최소한 예술정신만으로라도 답답한 모범생 기질에서 벗어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홍익대 재직 시절 지도교수를 맡았던 영화배우 강리나에 대해서는 “영화 ‘서울무지개’를 성공으로 이끈 탁월한 연기력과 배우기질을 지녔다”고 칭찬했다.

에이원북스 측은 “1990년대 초반 글이지만 비판이 날카로워 당시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면서 “마 교수가 다시 꼼꼼히 점검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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