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쉬, 와인의 새 역사 쓰다

  • 입력 2008년 3월 26일 15시 59분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하, ‘발명의 아버지’ 토마스 에디슨, ‘교육의 아버지’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

각 분야에는 빛나는 업적을 낸 수많은 ‘아버지’들이 있다. 와인도 그렇다. 특히 1966년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로버트 몬다비는 ‘미국 와인의 대부(代父)’로 불린다.

200년 역사의 미국 와인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하지만 미국 와인, 특히 캘리포니아 와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처음으로 널리 알린 이는 엉뚱하게도 그가 아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캘리포니아 와인 메이커인 ‘마이크 거기쉬(Mike Grgich·사진)’다. 거기쉬는 1976년 5월 24일 프랑스 파리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 일명 ‘파리의 심판’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자신이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든 ‘샤또 몬텔레나’가 화이트 와인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레드 와인 1위는 캘리포니아산 ‘스태그 립 와인 셀러’.

심사위원을 맡은 프랑스 와인 전문가 9명 가운데 무려 6명이 그의 화이트 와인을 1위로 채점했다. 샤또 몬텔레나는 이날 심판을 받은 20개 와인 가운데 132점(180점 만점)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계 최고의 와인=프랑스 와인’이란 공식을 완전히 깬 것이다. ‘파리의 심판’은 캘리포니아 와인과 함께 거기쉬란 걸출한 와인 메이커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거기쉬는 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달랑 두 개의 짐 가방을 들고 도착했다. 이후 그는 여러 와이너리를 다니며 경험을 쌓았다. 특히 로버트 몬다비와 교류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파리의 심판’ 이듬해 1977년 7월 4일 커피 재배업자 오스틴 힐스와 손잡고 ‘거기쉬 힐스(Grgich Hills·www.grgich.com)’를 만들었다.

또 나파밸리의 다른 와이너리들이 포도밭의 규모를 늘릴 때 그는 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포도 하나하나가 그의 손길을 거쳤다.

2000년에는 인공 제초제, 화학비료, 살충제 등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을 도입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넓은 유기농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부터 와인의 맛과 질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포도밭에서 사온 포도가 아닌 100% 거기쉬 포도밭에서 자란 건강한 포도로 양조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와인대회에서 금메달 수상은 물론 전 세계 리더들이 선호하는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그리고 프랑수와 미테랑 전 대통령….

4월 4일 W호텔에서 레드 3종, 화이트 2종에 대한 공식 론칭 행사가 열린다. 현대백화점 무역, 신촌점과 와인 전문 숍 ‘와인하우스’, 와인 바 ‘프리바다(02-548-6363)’와 ‘뱅&비노(02-518-6845)’에서 접할 수 있다.

○마셔봤더니!

2006년도 한국소믈리에대회 우승자인 전현모 쟈르댕 뻬르뒤 수석 소믈리에와 함께 ‘거기쉬 힐스 샤르도네 2005년산’을 테이스팅 했다.

역시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다웠다. 호두 같은 견과류와 농익은 파인애플 향으로 혼을 빼놓더니 완벽한 균형미로 혀를 놀라게 했다.

‘잡티 하나 없는 피부의 미녀’와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에 등장하는 청포도 알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한 병을 금세 비웠다.

전 소믈리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함이 더해져 육류와 함께 마셔도 무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와인을 따면 코르크 꼭 보시라. 웹 사이트 주소가 눈에 들어오는 재미를 놓치지 마시길….

와인 칼럼리스트 | 이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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