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대우건설 故남상국 사장에 대한 재평가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7분


“대우건설이 살아나게 된 것은 어려운 때에 그분이 선장(사장)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의 4주기(3월 11일)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남 사장은 2004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에게 자신의 연임을 청탁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남 사장은 그해 3월 11일 한강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인사 청탁을 비판한 직후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그와 함께 대우건설 회생에 매달린 후배 직원들은 그동안 드러내 놓고 추모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가 수주한 사업들이 이후 엄청난 수익으로 돌아오면서 물밑에서 그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회사의 워크아웃 상태를 맞아 남 사장이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았고, 개발사업을 늘렸다는 것입니다. 그가 사장이던 2001∼2003년 수주한 사업들이 2004∼2006년 연평균 5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사실 그가 만든 개발사업본부의 간부들은 매년 이맘때면 남 사장을 기려왔습니다. 1998년 당시 남상국 개발사업본부장은 서종욱 이사, 정재영 이사, 김건희 상무 등을 ‘스리 톱’으로 기용했습니다. 3명에게 개발사업의 핵심인 재개발 재건축, 자체 주택사업, 건축사업 등을 맡겨 이익 창출에 나선 것이죠.

서종욱 당시 이사는 현재 대우건설 사장입니다. 정재영 씨는 경남기업 사장을 맡고 있으며, 김건희 씨는 독립해 개발업체인 피데스의 대표로 변신했습니다.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 정태화 명지건설 사장, 김승배 피데스 사장 등도 남 사장이 중용했던 인물들입니다.

남 사장은 갔지만 그가 아낀 후배들은 한국 건설과 개발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셈입니다. 이들 후배는 최근 남 사장을 기리는 장학재단 설립을 의논 중입니다.

기업의 부침에 따라 기업인의 공(功)과 과(過)는 변합니다. 그가 인사 청탁을 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경영자로서의 기여는 재평가 돼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은우 기자 경제부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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