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이 순간!]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 입력 2007년 6월 28일 0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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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신예 슈테판 크뢰머 감독의 영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원제 Summer 04)는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슬픔이여 안녕’의 대척점에 서 있다.

두 영화는 여름 휴가지를 무대로 팜 파탈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슬픔이여…’가 아버지의 연인을 파멸로 몰고 간 17세 소녀를 담았다면 ‘미필적…’은 아들의 열두 살짜리 연인에 대한 질투심으로 그녀를 파괴하는 중년여성이란 정반대의 상황을 그려냈다.

남편, 아들 그리고 아들의 연인 리비아와 함께 여름별장으로 놀러온 미리엄(마티나 게덱)은 리비아가 매력적인 이웃남자 빌(로버트 젤리거)을 유혹하려는 것을 눈치 챈다. 보호자로서 책임감을 앞세워 둘 사이에 개입한 미리엄은 오히려 빌을 유혹해 육체적 관계까지 맺는다. 그러나 여전히 리비아에 집착하는 빌의 모습에 이성을 잃은 그녀는 리비아를 거칠게 몰아붙인다.

영화사적 충격이야 ‘슬픔이여…’에 못 미치겠지만 결말만 놓고 보면 ‘미필적…’이 더 불편하다. ‘슬픔이여…’에선 거울 앞 독백을 통해서라도 여주인공의 죄의식이 표현되지만 ‘미필적…’의 미리엄은 지독한 반전이 담긴 진실 앞에서도 ‘악어의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썩은 미소’만 보내기 때문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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