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대출 제한 집값 자극 우려”

  • 입력 2007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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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최근 작성한 ‘2007 경제 리뷰-한국’ 보고서 초안의 표지.
OECD가 최근 작성한 ‘2007 경제 리뷰-한국’ 보고서 초안의 표지.
본보가 4일 단독 입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7 경제 리뷰-한국’ 보고서 초안은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별도 항목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보고서 본문 157쪽 중 순수하게 부동산 정책만 다룬 부분이 28쪽이었으며 통화 세제 금융 분야에서도 부동산 관련 정책의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주 중 프랑스 파리의 OECD 본부를 방문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할 계획이지만 OECD가 최종 보고서에서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는 반(反)시장적”

보고서 초안은 아파트 분양가를 20∼25% 낮추기 위해 민간주택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고 분양원가도 공개하는 것은 ‘반시장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의욕을 꺾어 공급을 줄일 뿐 아니라 ‘고급 주택’ 쪽으로 바뀌는 시장의 수요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112개 법률을 적용받는 토지 사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단순화해 민간 건설부문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문제도 여러 차례 거론했다.

보고서는 “강남의 집값 상승은 회사 등 비즈니스 시설이 모여 있기 때문이며 교육시설도 인구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라며 “재건축 규제도 가격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8·31대책 발표 전인 2005년 상반기(1∼6월)에 비해 2006년 상반기에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의 대책이 공급을 줄여 오히려 주택가격이 올랐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이어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세제 개편과 가계 주택담보대출 제한, 분양가 상한제 등은 주택 공급을 줄여 중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관련 세제는 재분배 수단으로 부적절”

보고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준 강화,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집값 안정을 위해 현 정부가 도입한 각종 세제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 세제를 (소득)재분배의 도구로 쓰는 것은 다른 형태의 자산을 지닌 사람들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주식 현금 등을 가진 사람에 비해 집 가진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어 “국세(國稅)와 지방세의 이원화(二元化)는 혼란스럽다”고 해 주택 토지 등과 같은 부동산 자산에 대해 지방세인 재산세를 매기면서 국세인 종부세를 별도로 부과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도소득세는 ‘거래세’가 아닌 소득세인 만큼 거래세 인하 방침과 관계가 없다는 현 정부의 인식에도 반대되는 견해를 보였다.

보고서는 “양도세 중과는 거래세를 낮추겠다는 기본 취지와 어긋난다”며 “특히 (부동산 거래의) ‘잠김(lock-in) 효과’를 유발해 집주인이 시장에 집을 내놓지 않게 하고 공급을 비(非)탄력적으로 만들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화, 금융 부문에서도 부동산 문제 집중 거론

OECD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에 너무 민감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은 집값 문제, 특히 (서울 강남지역 등)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효율적인 도구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한국처럼 집값이 많이 움직이고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큰 나라에서 통화정책의 ‘가이드’로 집값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제한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2005년 기준 34% 정도로 OECD 국가 평균(56%)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 금융회사의 대출이 연간 41%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2005, 2006년에 12∼13% 증가한 것은 과도한 것이 아닌 만큼 대출 규제를 완화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임대주택 펀드’를 만들어 국민연금 등의 돈을 끌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민간 건설시장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민간 채권시장으로 흘러들 돈을 정부 부문이 흡수하게 되고, 채권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올 4.5% 성장 예상

한편 보고서는 지난해 상반기(1∼6월) 5.7%였던 경제성장률이 하반기(7∼12월)에 4%대로 떨어진 이유를 민간 소비의 둔화, 건설부문의 위축에서 찾았다.

게다가 정부의 일련의 부동산 정책들이 분양가를 내릴 수는 있지만 집값 하락이 자산 감소로 나타나는 ‘부정적 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를 초래해 민간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어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한국 정부의 전망치와 같은 4.5%로 예상하면서 2008년에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지난해 달성했던 5% 성장률로 복귀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최근의 국제 유가 하락 등이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와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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