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용 홍보지침서 첫 발간

  • 입력 2007년 3월 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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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공존해야할 파트너 진실만 말하고 正道 지켜라”

삼성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임원용 홍보지침서인 ‘사례로 알아보는 언론홍보 제대로 알기’ 책자를 발간했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 교육용 또는 임원용으로 ‘홍보 강의’를 실시해 왔지만 이처럼 임원용 홍보지침서를 별도로 제작한 것은 처음이다.

○ “임원은 삼성의 ‘앰배서더(大使)’”

본보가 1일 입수한 책자는 68쪽 분량. 머리말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회사 임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언론과 접촉하는 임원은 그 순간만큼은 삼성의 ‘앰배서더’”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임원의 홍보 10원칙’을 제시했다. △언론에 발표할 일이 있으면 사전에 반드시 홍보팀에 연락한다 △자신이 가진 영향력의 크기를 적절하게 파악해야 한다 △반드시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언론에 대해 편파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노코멘트’를 할 경우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인다 △취재기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불합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등이다.

언론홍보를 할 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제시됐다. 방송과의 인터뷰는 짧게 관련 내용만 얘기하고 표정, 시선, 팔의 위치, 복장 같은 비(非)언어 커뮤니케이션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권했다. 반면 △경쟁사를 자극하거나 협력사와의 제휴 건을 일방적으로 밝혀선 안 되고 △인터뷰 중에 기자를 설득하려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책자 말미의 ‘7대 언론홍보 기본 지침’에서는 “언론은 이용 대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하는 파트너”라면서 △공개하는 모든 내용은 진실해야 하고 △비윤리적 홍보를 배격하고 정도(正道) 홍보를 실천한다는 등의 내용을 명시했다.

○ “사회적 이슈 태도 표명 자제해야”

이 책자는 언론 홍보에 대한 임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시사점도 소개했다.

2004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저서 ‘초일류로 가는 생각’을 사내(社內)뿐만 아니라 언론사에 배포함으로써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프리미엄 홍보가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삼성전자 관계사의 모 임원이 공개 석상에서 “시장은 개혁 대상이 아니다. 시장을 개혁하려고 하는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하나의 ‘설화(舌禍)’로 진단했다.

‘공식 석상에서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태도 표명은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관련된 의견 개진은 회사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가 밝힌 “한국 기업과 기업인은 (정부 등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지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자는 또 “상가(喪家)는 기자들에게는 최고의 비공식 취재 장소”라며 “임원들은 더욱 긴장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기자는 (전쟁터의 종군기자처럼) 기삿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기자들에게 한 얘기는 반드시 기사가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회사는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도 고객과 만나기 때문에 이 책자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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