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슬전투로봇을 갖고 싶어. 장난감 가게 앞에서 엄마를 졸랐지. 엄마가 막 지갑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누나가 게임 시디를 사 달라고 조르는 거야. 누나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집에 돌아오니 아빠가 누나와 나를 부르셨어. 꾸중을 들을 줄 알았는데 용돈을 주셨어. 누나는 4000원, 나는 3000원. 일주일 동안 쓸 용돈이래. 이제부터는 사 달라고 조르지 말고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사라고 하셨어.

장난감 가게로 뛰어갔어.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어. 구슬전투로봇도 있어. 하지만 어떡하지? 나에겐 3000원밖에 없는데, 구슬전투로봇은 1만2000원이야. 엄마한테 사 달라고 할까? 아니야, 안 돼. 용돈을 받으니까 그건 안 될 일이야.

“돈을 모으면 되잖아.”

누나가 말했어. 일주일에 3000원씩 받으니까, 네 번만 모으면 1만2000원이 될 거래. 하지만 말도 안 돼. 앞으로 일주일이 세 번이나 더 지나야 하는데 그동안 로봇이 팔려 버리면 어떻게 해? 게다가 용돈을 1원이라도 쓰면 안 되잖아.

그래서 아빠한테 용돈을 조금만 더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어.

“모자란다고 무조건 더 달라면 안 돼. 돈이 필요하면 네가 벌어 보렴.”

아빠는 집안일을 열심히 도우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하셨어.

현관에 있는 신발을 정리했더니 엄마가 500원을 주셨어. 아하! 바로 이거야. 이렇게 돈을 벌면 돼. 매일 신발을 정리하고, 설거지도 하고 심부름도 하면, 1만2000원을 더 빨리 모을 수 있을 거야.

문구점에서 용호를 만났어. 용호가 꼬드기는 바람에 게임을 네 번이나 해 버렸어. 그런데도 용호에게 한 번도 못 이겼어. 화도 나고 배도 고파서 과자를 두 개나 사 먹었어. 어떡하지? 이제 500원밖에 안 남았어.

집에 오니 누나가 설거지해서 500원 벌었다고 자랑을 하는 거야. 용호만 아니었으면 돈도 안 쓰고, 500원도 내가 벌었을 텐데. 아냐, 돈을 다 써 버린 게 더 문제야. 벌어 봤자 다 써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 앞으로는 게임도 안 하고, 맛있는 과자가 나와도 사 먹지 않을 거야. 용호네 집 근처엔 가지도 않을 거야.

집안일도 더 열심히 해야지. 매일매일 엄마 심부름도 하고, 아빠 구두도 틈만 나면 닦을 거야. 하루에 설거지도 세 번씩 할 거야. 1만2000원을 모을 때까지 한 푼도 안 쓰고 열심히 일할 거야. 빨리 로봇을 사야 하니까 힘들어도 참을 거야.

굉장한 일이 생겼어. 이모가 용돈을 주었지 뭐야. 그동안 모은 돈에 이모가 준 돈을 합치니까 순식간에 1만 원이나 됐어! 오늘 용돈을 받으면 1만3000원이야. 로봇을 사고도 1000원이나 남아. 이모가 자주 오면 정말 좋겠어.

놀이터에서 예지를 만났어. 예지는 토요일이 자기 생일이라며 집으로 놀러 오라고 했어. 하지만 큰일이야. 생일 선물을 사야 하잖아. 로봇이 1만2000원이니까, 쓸 수 있는 돈은 1000원뿐이란 말이야. 1000원으로 선물을 살 수 있을까?

선물 가게에 갔어. 누나와 나는 1000원짜리 머리핀을 찾아보았어. 하지만 1000원짜리는 없었어. 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3000원짜리 머리핀을 사기로 했어. 로봇은 다음 주에도 살 수 있지만, 예지 생일은 일 년에 딱 한 번뿐이니까. 누나가 예쁜 머리핀을 골라 주었어. 때로는 누나가 있어서 좋단 말이야.

예지는 내 선물을 받고 좋아했어. 생일잔치도 즐거웠어. 머리핀을 사느라고 3000원을 썼으니 로봇을 사려면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이상해, 기분이 나쁘지 않아. 게임이나 군것질에 돈을 써 버렸을 때는 기분이 나빴는데 말이야. 다음 주엔 꼭 로봇을 살 거야!

■함께 생각해 봅시다

갖고 싶은 물건이나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소비라고 해요. 장난감을 사는 일도, 극장에서 만화영화를 보는 일도 모두 소비지요. 소비를 하려면 소득이 있어야 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돈, 즉 소득을 얻지요. 벌어들인 소득 중 일부를 쓰지 않고 모아 두는 것을 저축이라고 하는데, 이는 나중의 소비를 위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갖고 싶은 것도 사지 않고, 먹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소비를 줄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벌어질 일들과, 우리나라 전체에서 벌어질 일들을 모두 생각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