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박해미 “나처럼 말해봐, 오케이?”

  • 입력 2006년 12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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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 후 집에서 주식 투자를 하며 돈을 까먹는 남편. 가부장적인 시아버지와 며느리를 못마땅해하는 시어머니. 결혼 2년 만에 이혼한 뒤 젖먹이를 데리고 들어온 시동생. 같은 고교에 다니며 티격태격하는 연년생 아들 형제.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월∼금요일 오후 8시 20분)의 박해미는 이처럼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의 맏며느리다. 그러나 그는 늘 콧노래를 부른다. 직장(한의원)이든 가정이든 모든 게 자기 뜻대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가 매사 손해 보지 않고 사는 비결은 성공적인 대화법에 있다. 다음은 이정숙 씨의 책 ‘성공하는 여자는 대화법이 다르다’를 바탕으로 정리한 박해미 식 대화 비법.》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분통 터지는데도 화내는 법이 없다. 시어머니(나문희)는 친구들에게 “저 싹퉁 바가지” 하며 며느리 흉을 본다. 이를 안 박해미가 공손히 묻는다. “어머님, 저 욕하고 다니세요?”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쪽은 시어머니다. “잘못했다.” “아뇨, 사과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그래요.”

▽팩트(fact·사실)로 설득한다=남편 이준하(정준하)는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나문희는 이혼한 둘째 아들 민용(최민용)이 안쓰러워 집에 불러들이자고 준하에게 말한다. 그것이 싫은 박해미가 남편에게 속닥거린다. “삼촌이 혼자 지내야 다시 여자를 만나더라도 자유롭지. 어머님만 저러시는 거지 삼촌 생각은 다를 걸.”

새 노트북을 사고 싶은 두 아들이 “교육방송 보는데 자꾸 다운된다”고 거짓말하지만 안 통한다. “일단 미디어 플레이어 버퍼를 좀 늘려 봐. 네트워크 버퍼링을 10초 지정하고….”

▽가족 간에도 거절할 줄 안다=민용의 전 부인 신지는 뮤지컬 배우가 꿈. ‘미남과 추녀’ 오디션 기회를 놓친 신지는 감독과 대학 동창인 박해미를 찾아온다. “오디션 따로 볼 수 있게 형님이 말씀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단박에) 그거 공개 오디션이잖아. 우리는 친구끼리도 그런 청탁을 안 하는 게 원칙이야.”

▽불평할 바에야 솔직하게 요구하라=친구들과 패싸움을 하다 들킨 둘째 아들 윤호(정일우). 시아버지(이순재)가 “이 자식이 누굴 닮아 이 모양이야” 하며 때린다. 박해미는 정색을 한다. “아버님, 얘가 집에서 자꾸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시어머니에게도 부드럽지만 당당하게 요구한다. “어머님, 욕실용 고무장갑이랑 야채 다듬는 장갑이랑 섞어 쓰지 마세요. 빨간색은 주방용, 초록색은 욕실용, 그럼 베란다용은 무슨 색일까요?”

▽일리 있는 지적은 적극 수용한다=그는 집안 잔치를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돌려 보며 시어머니에게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적해 달라고 한다.

“잠깐, 저 장면이다. 말끝마다 ‘아시겠어요’ 저거 좀 안 할 수 없니? 내가 너한테 배우러 온 사람도 아니고.” “오케이, 알겠어요.”

박해미의 ‘천적’은 18세 아래 시동생 민용. “제가 노래할 때 화음 좀 넣지 마세요” 하는 민용의 말에 “알겠어요” 했지만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불 꺼진 진료실을 찾은 그는 이렇게 자신을 추스른다.

“세상 사람 전부가 다 너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야. 괜찮아. 박해미 힘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테니까.”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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