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사모하는 여인이 있는데…” 위인들 미니홈피 인기

  • 입력 2006년 8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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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부터 홍유정 씨와 정약용, 오창윤 씨와 이순신, 윤정선 씨와 박지원, 김종인 씨와 세종대왕.
위쪽부터 홍유정 씨와 정약용, 오창윤 씨와 이순신, 윤정선 씨와 박지원, 김종인 씨와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님! 타살인가요? 자살하셨나요?”

“정말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할 수 있나요? 최영 장군. 돈 많아요?”

최근 인터넷에서 역사 속 위인들의 미니홈피(싸이월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시대 지식문화운동을 펼치는 모임 ‘신규장각’에서 장보고, 광대토대왕, 신사임당, 정조, 정약용, 김홍도, 박지원 등 한국사를 이끌었던 13명의 위인을 미니홈피에 부활시킨 것이다. 신규장각 회원인 김종인(38) 오창윤(36) 홍유정(24·여) 윤정선(24·여) 씨는 장보고 등 역사 인물을 주인으로 한 미니홈피를 만들어 놓고 방문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상 위인’들이다.

“게시판에 질문을 남기면 일단 ‘내가 최영 장군’이라는 생각으로 답변합니다. ‘이보게. 물욕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돌려 말한 걸세’ 이런 식이죠.”(김종인)

이들은 인터넷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위인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미니홈피는 개설 두 달 만에 10만 명이 넘는 회원이 다녀갔다. 현재 일촌을 맺은 회원이 6000여 명으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대가 많다. 지금은 동북공정 논란이나 ‘주몽’ ‘연개소문’ 등 고구려를 다룬 TV 드라마 덕분에 광개토대왕 미니홈피가 가장 인기다. “재미로 만든 게 아닙니다. 한 인물의 자료를 모으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립니다. 대학 도서관, 국회도서관, 인터넷을 망라해 자료를 모으고, 사진도 찾고. 저작권 문제 때문에 유적지에 가서 직접 사진을 찍어 오기도 합니다.”(홍유정)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한 사람당 4명의 가상 위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 두 차례 누리꾼의 의견에 일일이 댓글을 달고 관련 자료도 업그레이드한다.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단국대 김문식 교수도 역사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위인들의 미니홈피에는 생애 가문 배경 약력과 역사 자료, 사진이 정리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청소년들이 역사와 관련된 질문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가상 위인에게 고민도 많이 상담해 온다는 것이다.

‘세종대왕님. 성적이 떨어져 힘들어요.’ ‘장군∼! 사랑하는 친구가 있는데 용기가 부족해요.’

오 씨는 “청소년들이 운영자를 이순신 장군이나 신사임당처럼 여기고 감정이입을 한다”며 “보람도 있지만 청소년들이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만한 역할 모델이 없구나 하는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까지 한국 위인 100명의 미니홈피를 만들 예정이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청소년 역사 캠프도 기획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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