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초기에 잡자]<10>갑상샘암

  • 입력 2006년 6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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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이모 씨의 갑상샘 혹 부위를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주사기로 조직을 떼어내고 있다(위). 갑상샘 혹의 크기와 상태, 전이 여부를 자세히 알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이모 씨의 갑상샘 혹 부위를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주사기로 조직을 떼어내고 있다(위). 갑상샘 혹의 크기와 상태, 전이 여부를 자세히 알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갱년기 증세로 유방암과 자궁암 검사를 받기로 한 이모(48·여·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씨. 그는 최근 이들 검사를 받으면서 별생각 없이 갑상샘(갑상선) 초음파 검사도 같이 받았다. 검사 결과 갑상샘에 작은 혹이 보인다는 의사의 말에 이 씨는 깜짝 놀랐다. 더구나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말에 이젠 죽는구나 하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주위에서 갑상샘암은 완치율이 좋으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서야 이 씨는 겨우 진정이 됐다. 결국 용기를 낸 이 씨는 갑상샘의 혹이 암인지 단순 혹인지 알아보기 위해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클리닉 박정수 교수를 찾았다.》

박 교수는 세계 처음으로 최소침습수술법을 개발해 환자들이 수술 뒤 큰 흉터 없이 사흘 내에 퇴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2000년과 2003년 동아일보 선정 베스트닥터 갑상샘질환 외과분야 1위에 오른 바 있다.

“교회 성가대에서 소프라노를 맡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갑자기 음이 갈라지는 느낌이 있었고 오후가 되면 목소리가 가라앉아요. 혹시 갑상샘 혹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요.”(이 씨)

박 교수는 갑상샘암일 때 암이 목소리를 관장하는 신경에 침범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쉰 목소리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대를 움직이는 신경이 바로 갑상샘 뒤쪽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이 신경을 침범하면 쉰 목소리가 계속 나면서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는다고 박 교수는 언급했다. 다행히 이 씨는 며칠 새 목소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박 교수는 손가락으로 이 씨의 목 부위와 귀밑 등을 만지면서 림프샘이 부어 있는지 혹은 덩어리가 만져지는지 등의 여부를 검사했다. 오른쪽 갑상샘 아래 부위에 1cm 정도의 덩어리가 만져졌다.

“혹이 생기면 암일 가능성이 많아요?”(이 씨)

“갑상샘에 혹이 생겼다고 무조건 암은 아니에요. 단시간 내 혹이 커지고 통증이 있다면 염증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혹이 삶은 달걀처럼 부드럽고 잘 움직여지고 여러 개가 만져지면 단순 혹일 가능성이 높아요.”(박 교수)

그러나 이 씨의 혹은 딱딱하면서 잘 움직여지지 않아서 암을 의심하는 소견이었다.

“갑상샘암은 치료가 잘된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이 씨)

“갑상샘암은 완치율이 90% 이상이며 재발해도 다시 치료하면 90% 이상이 완치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다른 암에 안 걸린 것이 천만다행이죠.”(박 교수)

더구나 전이가 되더라도 50∼70%는 고칠 수 있다. 다른 암의 경우 전이가 되면 항암제 치료 때문에 탈모나 구토 등의 부작용으로 고생할 수 있지만 갑상샘암은 항암제 대신 방사선 요오드제제로 치료하기 때문에 그럴 염려도 없다.

이 씨는 정밀검사를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조직검사를 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다른 암과는 달리 갑상샘암은 컴퓨터단층촬영(CT) 대신 MRI를 자주 사용한다”면서 “CT보다 영상을 더 선명하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CT 검사 때 주사하는 조영제 내의 요오드 성분이 갑상샘암 치료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갑상샘암을 진단하는 최종 검사는 세침조직검사다. 가는 주사기를 사용해 국소 마취 없이 혹 부위를 찔러 조직을 일부 떼어내는 시술이다. 이를 통해 암인지, 단순 혹인지 판단할 수 있다. 비용은 20만 원 정도.

박 교수는 “요즘 갑상샘암 검사를 위해 비싼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갑상샘암이 안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이는 갑상샘암의 대부분이 예후가 좋은 암이어서 세포분열을 잘하는 나쁜 암을 찾아내는 PET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이 씨는 병원 초음파검사실에서 갑상샘 양쪽 4곳에 주사기를 찔러 혹 부위 조직을 일부 떼어내는 세침조직검사를 받았다. 10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검사였다. 이 씨는 목 부위가 아픈지 말을 잘 하지 못했다. 세침조직검사 뒤엔 MRI를 촬영했다. 검사 시간은 40여분. 조직검사와 MRI 검사를 비롯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사흘이 걸릴 예정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 진단…여성 발병 남성의 5, 6배 작은 혹도 초음파검사를

이 씨는 조직 및 MRI 검사 결과 오른쪽 갑상샘에서 1cm 크기의 암이 나왔다. 왼쪽에선 0.8cm의 단순 혹이 관찰됐다. 이 씨는 수술로 갑상샘의 전체 절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cm 이상 크기의 갑상샘암은 대부분 수술로 떼어낸다.

갑상샘은 목 가운데 있는 울대에 성인 엄지손가락 크기의 나비 모양을 한 장기다. 갑상샘은 우리 몸의 대사과정을 촉진하고 내부 장기의 기능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샘에 생기는 혹은 전체 인구의 5%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며 대부분 크기가 작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 중 5%가 암으로 발전한다.

갑상샘암은 건강검진의 활성화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2년 전체 암 발생 6위이며 여성에게선 5번째로 잘 발생하는 암이다. 갑상샘암은 여성이 남성보다 5, 6배 더 많이 발병하며 갱년기가 시작되는 40, 50대에서 많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방사선 노출이 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샘암 중 수질암은 가족력이 있어 모녀 또는 자매가 같이 수술을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갑상샘암의 초기 증상은 갑상샘 부위 표면에 거친 혹이 만져지거나 음식을 삼킬 때 뭔가 걸리는 듯 불편하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쉰 소리가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남성은 갑상샘 부위에 혹이 만져지면 암일 확률이 높으므로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갑상샘에서 생긴 혹의 크기는 암 발병과는 비례하지 않으므로 혹이 작더라도 병원을 찾아 초음파 등의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갑상샘암은 다른 악성 종양과 달리 치료가 매우 잘되는 암이다. 갑상샘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유두암과 여포암의 경우 다른 암과 달리 5년이 아닌 10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1기의 경우 98% 이상, 3기도 70%가 넘는다. 단순 혹이라도 혹시 있을지 모를 미세한 암세포를 염두에 두고 6개월∼1년 주기로 정기검진을 통해 관찰하다 크기가 계속 커져서 불편하면 수술로 제거한다.

갑상샘암 치료는 수술을 원칙으로 하며 목걸이선을 기준으로 초기 암일 경우 3cm의 크기로 절개한 다음 암을 제거하는 ‘최소침습수술법’이 사용된다. 단순 혹의 경우 겨드랑이로 내시경을 넣어 수술할 수도 있다. 보조요법으로는 갑상샘호르몬과 방사선 요오드 치료를 선택해 병행한다.

박정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클리닉 교수

◇ 다음 순서는 조기 발견이 가장 어려운 췌장암입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은 e메일(health@donga.com)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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