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故김수근 20주기 ‘지금 여기’展

  • 입력 200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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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수근의 20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위부터 그의 대표작 ‘공간 사옥’, 생전의 김수근, 그가 남긴 드로잉 작품. 사진 제공 아르코미술관
건축가 김수근의 20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위부터 그의 대표작 ‘공간 사옥’, 생전의 김수근, 그가 남긴 드로잉 작품. 사진 제공 아르코미술관
《붉은 벽돌 건물로 상징화된 ‘둘러싸여 있으나 결코 막히지 않은’ 모태 공간, 인간과 자연의 조화 등을 추구한 건축가. 건축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 문화예술인. 그가 바로 김수근(1931∼1986), 이 땅에서 건축이 예술로 인정받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올해는 그가 타계한 지 20주기가 되는 해. 그가 창간한 월간지 ‘공간’도 창간 4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과 김수근문화재단(이사장 김원)은 7일∼7월 28일 ‘지금 여기(Here and Now): 김수근’전을 연다.》

김수근이 설계한 아르코미술관과 예술극장에서의 공연, 건축 심포지엄,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건축가로서뿐 아니라, 공간 사옥 내에 소극장 ‘공간사랑’(1977∼1983년)을 열고 문예부흥을 위해 애썼던 문화후원자, 르네상스적 지식인으로서 면모를 두루 재조명한다.

1931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김수근은 일본 도쿄예술대 건축학과를 졸업했고,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1960년대 남산 국회의사당 설계 공모에서 당선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자유센터(1963년), 공간 사옥(1971년), 잠실 올림픽주경기장(1977년), 경동교회(1980년)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동시에 부여박물관(1967년)의 왜색 논쟁 등 여러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건축가 김수근에게는 “건축에도 개념이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일 처음 설파한 인물”(박길룡 국민대 교수), “한국적 전통을 현대에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를 강박관념처럼 의식하고 살았다”(건축가 민현식)는 평가가 따른다. 김원, 류춘수, 민현식, 이종호, 승효상 등 뛰어난 건축가들을 대거 배출한 업적도 결코 빠질 수 없다.

소극장 ‘공간사랑’의 설립을 통해 공연예술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무용가 홍신자, 김덕수 사물놀이패, 춤꾼 공옥진 등이 이곳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당시 공연기획을 맡았던 강준혁(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 씨는 “공간사랑의 정신은 오래된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한 존중심, 더불어 새로운 가치를 주목한 점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곧 김수근 건축의 지향점과도 만나는 지점이다.

전시는 3부분으로 구성된다. 1전시실 한쪽에는 ‘공간사랑’ 같은 소공연장을 만들어 요일별로 춤과 연극, 건축 세미나를 펼친다. 2전시실에선 고인이 남긴 건축물을 일본 사진가 오사무 무라이의 사진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드로잉 등을 모은 김수근 아카이브로 꾸며진다.

후배 건축가들은 그에 대해 “살아 있을 때 존재감도 컸지만, 타계한 뒤 그 존재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여기’란 제목도 그래서 나왔다. 단순한 추모행사가 아니라 이 시대, 우리에게 그가 어떤 의미인지를 짚어본다는 뜻이다. 자세한 행사 일정은 7일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02-760-4892∼3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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