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이 설계한 아르코미술관과 예술극장에서의 공연, 건축 심포지엄,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건축가로서뿐 아니라, 공간 사옥 내에 소극장 ‘공간사랑’(1977∼1983년)을 열고 문예부흥을 위해 애썼던 문화후원자, 르네상스적 지식인으로서 면모를 두루 재조명한다.
건축가 김수근에게는 “건축에도 개념이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일 처음 설파한 인물”(박길룡 국민대 교수), “한국적 전통을 현대에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를 강박관념처럼 의식하고 살았다”(건축가 민현식)는 평가가 따른다. 김원, 류춘수, 민현식, 이종호, 승효상 등 뛰어난 건축가들을 대거 배출한 업적도 결코 빠질 수 없다.
전시는 3부분으로 구성된다. 1전시실 한쪽에는 ‘공간사랑’ 같은 소공연장을 만들어 요일별로 춤과 연극, 건축 세미나를 펼친다. 2전시실에선 고인이 남긴 건축물을 일본 사진가 오사무 무라이의 사진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드로잉 등을 모은 김수근 아카이브로 꾸며진다.
후배 건축가들은 그에 대해 “살아 있을 때 존재감도 컸지만, 타계한 뒤 그 존재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여기’란 제목도 그래서 나왔다. 단순한 추모행사가 아니라 이 시대, 우리에게 그가 어떤 의미인지를 짚어본다는 뜻이다. 자세한 행사 일정은 7일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02-760-4892∼3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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