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익스프레스 등 한국 공습, 온라인 짝퉁 기승… AI 솔루션으로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6일 1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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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즈 윤의섭 대표 인터뷰

온라인 쇼핑이 성행하기 전에 이른바 ‘짝퉁’은 가판대에서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수준이었다. 온라인 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거래 방법은 ‘노골적으로’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특히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 3인방의 국내 시장 침투로 짝퉁의 거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가됐다. 전세계 위조 상품 시장 규모는 2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누구나 상품을 쉽게 올려서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비대면 거래라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 때문에 이제는 판매자도 구매자도 별다른 범법 의식 없이 짝퉁을 사고팔고 한다. 그만큼 수법도 교묘하다. 그래서 더욱 더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정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최장혁 부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국 정부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를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의섭 페이커즈 대표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짝퉁 상품 적발하는 벤처인 ‘페이커즈’의 윤의섭 대표로부터 실태와 대처방안을 알아본다.

-요즘 짝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실제 상황은 어떻습니까?

“주로 중국에서 제조되는 짝퉁은 중국에 거점을 둔 플랫폼뿐만 아니라, 전세계 여러 경로로 확산됩니다. 국내 대형 플랫폼은 물론, 블로그, 밴드, 인스타 등과 같은 SNS, 동영상 채널과 인플루언서들을 통한 라이브마케팅, 심지어는 중고거래 플랫폼까지 구석 구석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유명 브랜드의 어떤 상품이 히트를 치면, 이를 카피한 짝퉁은 해당 정품보다 몇배나 더 팔리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짝퉁 문제는 실제로 어떤 피해를 유발합니까?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 중소 중견 브랜드, 구매자로 나눠서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초고가 유명 브랜드의 경우는 수십배에서 많게는 수백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때문에 구매층이 달라서 정품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걱정합니다.

중소, 중견 기업의 짝퉁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합니다. 매출 100억을 달성한 모 패션브랜드에서 짝퉁이 출현하자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 브랜드는 짝퉁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 후, 네이버 검색을 해보면 상위 몇 페이지에 있는 판매링크들은 모두 짝퉁으로 도배되고, 정품이 오히려 뒤로 밀려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매출은 급감했고, 회사는 결국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온라인으로 짝퉁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충격은 오프라인 시장보다 더 큰 경우도 많습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대개 알고 사지만, 온라인 시장은 모르고 샀다가 나중에 짝퉁인 줄 아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상품 중에서 정품보다 가격이 훨씬 싼 것들만 솎아내면 되는데 굳이 AI 기술까지 동원되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인가요?

짝퉁 판매자의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만약, 가격이 정품 가격의 80% 수준이고, 정품과 똑같은 사진을 써서 판매 사이트를 구성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가품으로 판단하고 잡아낼 수 있겠습니까? 특히 이런 경우는 구매자는 이를 정품으로 알고 속아서 구매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그렇다면 페이커즈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정품과 짝퉁을 구별하고 잡아내는 것인가요?

판매 사이트의 컨텐츠 외에도, 판매자의 수법, 즉 이들의 행동 양식에 집중하여 짝퉁 판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어떤 판매자가 만약 레어템, 소위 오픈런을 해서도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들을 다수 재고로 보유하고 있다면, 이런 경우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극히 어려운 상황이므로 가품으로 의심합니다.

또한 동일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마다 판매가격이 상이하다면 가품 판매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페이커즈는 다양한 수법과 이상 행동 양식을 파악하고 검증한 후, 이를 로직화해서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합니다.

- 페이커즈의 고객사들은 어떤 곳들이 있습니까?

유명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가면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상당수가 이미 페이커즈의 고객으로 페이커즈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국내 최대의 화장품 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브랜드 가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다수의 중견기업들입니다. 전자 기계 부품회사들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클린몰을 표방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있습니다. 온라인 마켓에서 정품의 노출도가 향상되어 마케팅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고 해서 반응이 좋습니다. 고객사 중 계약 재갱신을 하지 않은 고객사가 하나도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은?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표방하고자 합니다. 현재는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수비’위주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가품탐지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보다 공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템을 판매하고 싶은데 시장에 관련 제품이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 주요 플레이어는 누구이며,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떤 가격대에 팔리고 있는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마켓 인텔리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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