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덕의 도발] 국민분열 자극하는 언어 ‘독재자의 후예’

    국민분열 자극하는 언어 ‘독재자의 후예’

    ‘좌파독재’라는 말이 진짜 대통령을 분노시킨 모양이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자유한국당을 향해 시퍼런 칼날을 번득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주 신문칼럼(‘좌파독재 아니면 우파독재라고 해야 하나’)에서 달○ 아닌 좌파독재라는 ‘막말’에 대통령이 분노한 것이라고 썼던 나는 찌릿한 책임감을 느낀다. 상대의 아픈 곳을 찔렀다는 미안함에, 대통령이 전선(戰線)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우려, 그럼에도 그런 연설문을 거르는 충신 한 사람 없다는 암담함에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과거 비판이라니 여당이 국민 아닌 대통령만 보는 모습은 더욱 절망적이다. 그래도 새누리당 시절엔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여당 의원들이 있었다. 이번 여당은 “당연한 말에 심기가 불편한 자가 있

    • 2019-05-20
    • 좋아요
    • 코멘트
  • [김순덕의 도발] 도발적 글쓰기 100일…나는 왜 장영희처럼 쓰지 못할까

    도발적 글쓰기 100일…나는 왜 장영희처럼 쓰지 못할까

    ‘김순덕의 도발’을 시작한지 8일로 100일이다. 그래서 ‘나는 왜 글쓰기로 도발 하는가…’에 대해 쓸 작정이었다. 그런데 5월 9일이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라는 기사를 보고 기가 팍 죽었다. 죽었다 깨도 선생님처럼 쓸 수 없는 나는 괜히 인터넷공간을 어지럽히고 독자들의 시간만 잡아먹는 게 아닌지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너무나 착하고 좋았던 장영희 칼럼 선생님은 모르겠지만 나는 선생님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이것도 ‘장영희 글’ 매력 중 하나다. 글을 읽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장영희와 가깝다고 느끼게 하는 것). 선생님은 2006년 7월부터 2년간 우리 신문에 칼럼을 썼는데 수차례 내 칼럼이 선생님과 같은 날짜에, 그러니까 신문을 펼치면 나란히 볼 수 있게 실린 거다. ‘돈과 사랑’(장영희)-‘국민이 왜 실정(失政) 수업료를 내야하나’(나), ‘둥근 새 동화가 일러 준 포기의 지혜’(장영희)-‘국민이 그리 만만한가’(나). 제목만 봐도 알겠듯이 선생님 칼럼은 선생

    • 2019-05-08
    • 좋아요
    • 코멘트
  • 수사권 조정? 정보경찰 판치는 ‘감시사회’로 갈 것인가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검경 수사권조정법안에 반발하는 검찰을 여권이 꾸짖고 나섰다. ‘도발’이라는 간판을 달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말한다. 그건 국민에 대한 도발이 아니다. 석 달 전 기명칼럼에서 “검찰의 경찰 통제도 없이 경찰 정보권과 수사권이 결합한다면, 일제강점기처럼 ‘칼 찬 순사’가 활보하는 거대한 경찰국가가 탄생할 공산이 크다”라고 지적했던 나로선 왜 이제야 검찰총장이 반대를 표명하는지 열불이 날 지경이다. 수사권조정안의 핵심은 ‘검찰 힘 빼기’다. 청와대는 검찰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고 보고, 수사권을 경찰에 준 것이다. 그러나 검경 밥그릇 싸움이라고만 볼 수 없다. 경찰은 정보권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10만 명이 넘는 정보경찰들이 ‘사회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해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주요 인사들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 경찰이 수사권까지 움켜쥐면, 국민은 일제시대처럼 칼 찬 순사에게 잡혀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오죽하면 여당의 소병훈 의원이 정보경찰의 자의적인

    • 2019-05-03
    • 좋아요
    • 코멘트
  • [김순덕의 도발]부국강병 포기한 평화타령 듣기 싫다

    부국강병 포기한 평화타령 듣기 싫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놀러 가면서도 뭐 쓸 게 없나, 강박관념을 갖는 건. 처음 가보는 오키나와에선 2박3일 바다만 보다 늘어지게 자는 호캉스를 즐길 참이었다. 그런데 ‘슈리성으로 가는 언덕길’이라는 책을 본 뒤 휴가는 등산이 돼버렸다. ●오키나와는 일본이 아니었다 구글에서 오키나와 관광을 검색하면 거의 맨 앞에 등장하는 붉은 궁전이 슈리성이다. 일본의 궁전은 붉지 않다. 도쿄의 고쿄(황궁)도 무슨 색인지 말하려면 궁해진다. 2016년 ‘슈리성으로 가는 언덕길’을 쓴 요나하라 케이는 “경복궁을 보고 지붕 형태나 선명한 색채가 슈리성과 닮아 눈을 크게 떴다”고 적었다. 내가 본 슈리성의 색깔은 한국의 궁궐보다 붉다. 새빨강 랑콤 립스틱 같다. 오키나와가 일본이 아니었음을 슈리성은 온몸으로 말하는 셈이다. 1879년, 그러니까 일본이 강화도조약으로 조선의 문을 열어젖힌 지 3년 뒤 ‘류큐처분’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합병하기 전까지 오키나와는 류큐왕국이었다. 조선보다 일찍 중화제국의 세계 질서에 편입돼

    • 2019-04-30
    • 좋아요
    • 코멘트
  • [김순덕의 도발]공수처-선거법 거래…‘좌파 영구집권’ 위한 조국의 승리인가

    공수처-선거법 거래…‘좌파 영구집권’ 위한 조국의 승리인가

    또 국회 난투극이다. 이 꼴 안 보려 이름도 역설적인 국회 선진화법 만들지 않았냐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면 쉽다. 그러기 전에, 왜 청와대와 여권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기를 쓰는 건지 따져봤으면 한다. 대통령 측근 같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잡기 위해서라고? 아니라고 본다. 그건 특검으로도 충분하다(청와대 의지만 있으면). 박근혜와 최순실도 특검이 잡아냈다.● 말 안 듣는 검찰 기소를 위한 공수처 설치 공수처가 필살기(必殺技)인 이유는 검찰을 확실히 잡을 수 있어서다. 22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4당의 공수처 합의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사에 대해 기소권을 갖게 돼 있다. 쉽게 말해 정권의 말을 안 듣는 검찰은 공수처를 통해 기소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공수처엔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한 기소권도 부여됐지만 이건 물타기라고 본다.여기서 잠깐, 왜 검찰개혁이 필요했나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나 같은 민간인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막강 검찰이

    • 2019-04-26
    • 좋아요
    • 코멘트
  • [김순덕의 도발]언론인 최우석의 메시지 “경제는 부총리에 달렸다”

    언론인 최우석의 메시지 “경제는 부총리에 달렸다”

    언론인 최우석의 메시지, “경제는 부총리에 달렸다” ‘최우석 소장’ 이름으로 스마트폰 문자가 온 순간,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응? 소장님 돌아가셨는데…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하늘에서 온 편지 같은 건가 하면서 열어보니(사람은 종종 터무니없이 머리가 안 돌아가는 때가 있다) 고인의 가족이었다. “삼가 감사말씀 드립니다…” 세상을 떠난 분의 휴대전화를 그냥 해지하지 못하고 그 전화로 마지막 인사를 보낸 유족들의 마음을 나는 알 것 같았다. 내 전화에도 그대로인 그 번호로 “도발 잘 보고 있다”는 문자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他社 후배에게도 자극을 준 언론인 4월 3일 별세한 최우석 전 중앙일보 주필과 나는 같이 일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 분은 남의 회사에서 일하는 나를 1년에 두어 번씩 불러서는 밥을 먹이며 자극을 준 언론인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장 시절이었을 거다. ‘SERI CEO’를 돈 내고 받아보는 기자는 처음 봤다고 한 것 같다. 제대로 쓰지 못해 죽고 싶을 때 내

    • 2019-04-16
    • 좋아요
    • 코멘트
  • [김순덕의 도발]‘오지(5G)’에서 ‘파이브지’로…대통령도 진화한다

    ‘오지(5G)’에서 ‘파이브지’로…대통령도 진화한다

    언론사 근무의 매력 중 하나가 남보다 세상일을 좀더 빨리 알 수 있다는 거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고, 늘 그런 것도 아니지만 8일 오전 5G 테크 콘서트를 앞두고 ‘11시 엠바고’를 붙인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말이 나오자 나는 흥분했다. “이동통신 3사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우리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이 첫줄을 어떻게 읽을지 대통령의 육성을 듣고 싶어 나는 몸이 달 지경이었다. 삼디 프린터부터 일관성 있게 대통령선거 전인 2017년 4월 11일 문재인 대선 후보는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뜻하는 5G를 ‘오지’라고 읽었다. “각 기업은 4차 산업혁명과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비, 차세대 오지 통신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주파수 경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대목에서다. 과거의 실수를 조롱하는 게 아니다. ‘오지 사건’이 주목을 끈 건 문 후보 성격의 일단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향후 전개될 문 정부의 특성을 말해주기도 한다). “일관성 있는 모

    • 2019-04-09
    • 좋아요
    • 코멘트
  • [김순덕의 도발]신문은 정부의 동반자가 되어야 하나?

    신문은 정부의 동반자가 되어야 하나?

    ‘싫은 소리’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조직의 장(長) 자리에 앉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과장, 부장, 사장, 하다못해 학교시절 반장도 입바른 소리 들으면 내색은 못해도 속으론 밉다. 왕에게 도덕정치를 설파했던 조광조도 그래서 죽임을 당했다. 간신의 모함이지 왕이 자신을 죽일 리 없다며 통곡했다는 전언에 중종은 코웃음을 쳤다. “조광조는 내 곁에 오래 있어서 내가 잘 안다”면서(참고로 나는 조광조 식의 정치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둔다).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존재는 필요하다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제도적으로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서 어릿광대가 왕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조롱하듯, 언론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엔 광대가 그런 역할을 했다. 저 사람은 싫은 소리 하는 게 직업이라고 인정을 한 뒤, 그 사안을 다시 짚어보면 안 보이던 점이 보일 수도 있다. 피차 개인적으로 미워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서로의 업(業)을 살려주니 외려 고맙다. “혁신적 포용국가

    • 2019-04-05
    • 좋아요
    • 코멘트
  • [김순덕의 도발]연금사회주의?…‘좌파경제’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

    연금사회주의?…‘좌파경제’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

    마침내 국민연금이 ‘연금사회주의’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정부에 찍힌 재벌총수 조양호의 대한항공 경영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다.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결정적이었다. 재벌 총수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초유의 사태다. ●‘땅콩 갑질’로 미운털 박힌 대한항공 물론 대한항공은 조 회장 딸 조현아(사진)의 ‘땅콩 회항’부터 그 일가의 온갖 갑질이 줄줄이 드러나 국민적 지탄을 받긴 했다. 그러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국민의 노후자금을 불려야할 국민연금이 2018년 수익률 -0.92%이라는, 제도 시행 이래 최대 손실을 본 것부터 문책해야 하지 않나? 재계는 얼어붙었다. 당장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입장문을 내놨다(그러나 배상근 전무 명의다. 정부가 전경련을 ‘패싱’하고 있어 최대한 신

    • 2019-03-28
    • 좋아요
    • 코멘트
  • [김순덕의 도발]‘섹스, 거짓말, 그리고 정치 포르노’에 청와대가 가세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정치 포르노’에 청와대가 가세했다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 김정은의 북핵 위협도 시시하게 만드는 핵폭탄급 사건에 검경이 명운을 걸게 됐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가 범벅된 요란한 범죄 행각에 대통령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본격 ‘정치 포르노’가 펼쳐질 조짐이다. 엄청 중요한 외교행사로 보이진 않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등 동남아 순방으로 6박7일간 나라를 비웠던 대통령이었다. 귀국 일성으로 이들 세 사건의 수사를 굳이 지시할 만큼 중요한 건지도 납득이 안 간다. 검찰청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은 법무부 장관에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국면전환 성공한 정치적 묘수 그래서 ‘정치 포르노’라는 거다(외국선 ‘먹방’을 food porn이라고 하기에 만들어봤다). 대통령은 구체적 사안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순식간에 국면을 전환했다. 확실한 검경 장악은 물론, 북-미 협상 결렬과 그 원천으로 작용한 친북 정책기조의 실패까지 단박에 덮고는 국민의 시선을 사건 수사로 고정시켜 버리

    • 2019-03-21
    • 좋아요
    • 코멘트

김순덕 대기자는

  • 학력

    • 1984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2001년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방송과(석사)

    • 2005년

      고려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최고위과정(수료)

  • 주요 경력

    • 1983년

      동아일보 편집국 입사

      문화부 생활부 이슈부 차장

    • 2002년

      논설위원실 논설위원

    • 2007년

      편집국 부국장

    • 2012년

      논설위원실 논설위원(국장급)

    • 2013년

      논설위원실장

    • 2016년

      논설주간(상무)

    • 2018년

      대기자(전무)

  • 저서 및 상훈

    • 2003년

      마녀가 더 섹시하다(굿인포메이션) 출간

    • 2005년

      제14회 대한언론상 논설부문 (대한언론인회)

    • 2006년

      제15회 최은희여기자상

    • 2007년

      글로벌리스트(민음사) 출간 이화언론인상

    • 2009년

      한국참언론인대상 문화부문 (한국언론인연합회)

    • 2011년

      제5회 삼성언론상(논평·비평)

    • 2013년

      제16회 효령상 언론부문 (사단법인 청권사)

    • 2014년

      제26회 중앙언론문화상 신문출판 부문 (중앙대학교)

    • 2021년

      위암 장지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