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다, 17조원 받고 게이츠재단 떠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5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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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3년 만에 자선도 각자의 길
“성평등 진전, 다음 장으로 나아갈 때”
빌 게이츠 “향후 큰 영향력 확신” 지지

“이제 자선 사업의 다음 장(the next chapter)으로 나아갈 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69·오른쪽)의 전 부인이자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의장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60·왼쪽)가 13일(현지 시간) 의장 사임 의사를 밝혔다. 1994년 결혼했던 두 사람이 2021년 5월 이혼한 지 3년 만에 자선사업에서도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프렌치 게이츠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전 세계 여성을 지원하고 성평등을 진전시키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이혼 당시 합의에 따라 프렌치 게이츠는 재단을 떠나면 자선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125억 달러(약 17조1138억 원)를 받는다. 프렌치 게이츠가 다음 달 7일 공식으로 물러나면 재단 이름 역시 ‘빌게이츠재단’으로 바뀐다.

이 재단은 두 사람이 2000년 공동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자선단체다. 누적 기부금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752억 달러에 이른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소아마비와 말라리아 퇴치 등 보건 개선 및 빈곤 퇴치에 주력해 왔다. 부부였던 2010년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세계 거부(巨富)들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로 환원하도록 촉구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도 시작했다.

하지만 ‘모범 부부’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이들은 빌 게이츠의 불륜 등이 드러나며 27년의 결혼 생활을 청산했다. 프렌치 게이츠는 이혼 발표 뒤 “막대한 부를 한 사람 손에 쥐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고 있다”며 ‘재산 대부분을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철회하고 개인 명의로 새로운 기부를 서약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자선 활동의 주된 관심 분야도 각각 의학과 성평등으로 달랐다. 프렌치 게이츠는 2015년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투자기업 피버털벤처스를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전 부인이 사임을 발표한 날, 빌 게이츠는 별도 성명에서 “멀린다가 향후 자선사업에서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을 확신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1526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5위 부자이며, 프렌치 게이츠의 재산은 133억 달러로 파악된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게이츠재단#빌 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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