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장 자리가 낙천·낙선자들이 맡겨둔 밥그릇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4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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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최근 공공기관장 인선을 위한 동시다발적 검증에 들어갔다고 한다. 공공기관장 인사는 4·10총선을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5개월 넘게 중단됐지만 이제 총선이 끝나면서 본격적인 인선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전체 공공기관 327곳 가운데 90곳의 기관장 임기가 이미 지났거나 올해 상반기에 만료된다. 이들 기관장에 대한 인사를 마친 뒤엔 감사와 이사 등 후속 임원 인사도 이어질 예정이다.

공공기관장 인사 재개로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큰 장(場)이 서면서 공석이 된 주요 기관장 자리에는 벌써 총선에서 낙천 또는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 안팎에선 “어떻게든 대통령실 쪽에 눈도장 찍으려 안간힘 쓰는 낙선자들이 많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의원들도 “어려운 선거에서 수고한 사람을 챙겨주는 건 관례다”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여당이 빈손으로 가는 법 있느냐”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역대 최악의 총선 성적표를 받은 국민의힘 낙천·낙선자들이 공공기관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한데도 오히려 그런 참패 탓에 대통령실과 여권으로선 더더욱 이들을 챙겨줘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번 총선의 낙천·낙선자 중엔 현역 의원만 58명인데, 이달 말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이 이뤄질 경우 이탈표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내 식구 챙기기’라는 것이다.

보은용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정권교체기나 인사철마다 등장했다.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법’ 발의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때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의 ‘알박기’ 논란 속에 언제 그랬냐는 듯 없던 일이 됐다.

사실 낙하산 기관장이라도 전문성과 능력을 갖췄다면 논란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간 상당수가 문외한들로 채워졌다. 부적격 기관장에게 지급될 연봉 수억 원의 혈세 낭비, 무책임 경영에 따른 국가적 손실도 적지 않다. 미국처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의 리스트를 공개하는 ‘플럼북’ 같은 제도를 도입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공공기관장#자리#낙천#낙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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