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1930년대 위기로 회귀한 국제질서, 왜?

입력 2022-01-01 03:00업데이트 2022-01-01 03:00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밀림의 귀환/로버트 케이건 지음·홍지수 옮김/233쪽·1만3500원·김앤김북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부터 중국의 대만 수복 위협까지 요즘 세계 정세는 7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간 인상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더불어 영토를 둘러싼 ‘땅따먹기’식 국가 갈등은 해묵은 유물이 됐다고 봤다. 그러나 얄궂게도 인류는 진보의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위기에 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책임이 느슨해진 틈을 타 중국,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독재국가들이 부상하고 있는 현 국제 질서는 마치 2차대전 직전의 1930년대로 회귀한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이라크전쟁, 아프간전쟁 등으로 개입주의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의 고립주의 성향은 이런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민주정체와 자유무역을 큰 축으로 삼고 있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가 세계사에서 지극히 예외적 상황이라는 점이다. 저자가 볼 때 자유에 대한 갈망 이상으로 통제와 질서에 복종하려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민주정체는 언제든 권위주의 독재체제로 돌아갈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1차대전 직후 독일에서 민주정치를 꽃피웠던 바이마르 공화국이 나치에 의해 전복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저자는 밀림에 뒤덮이지 않도록 아름다운 정원을 끊임없이 가꿔야 하듯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노력의 핵심은 결국 미국이 세계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구체적으로는 브렉시트나 유로존 위기 등에 미국이 적극 개입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같은 악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압도적 군사력을 확보해 중국 등 위협 국가를 철저히 억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얼핏 우리나라와 무관해 보이는 얘기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동아시아에서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 질서를 계속 수호할 의지가 없다고 중국 지도자들이 판단할 때 한국 등의 운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