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극초음속 활공체서 별도의 미사일 발사한다…美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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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3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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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등 극초음속 무기’(AHW) 탑재 미사일 시험발사 (미 육군) © 뉴스1
미국의 ‘고등 극초음속 무기’(AHW) 탑재 미사일 시험발사 (미 육군) © 뉴스1
중국이 지난 여름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돼 미국이 긴장하는 가운데, 당시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체에 또 다른 발사체가 실려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극초음속 활공체(hypersonic glide vehicle·HGV)가 창정로켓과 분리돼 지구 저궤도를 비행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발사체(projectil)가 나온 것은 지금까지 어떤 나라에서도 시현한 적 없는 기술로, 이 발사체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두 번째 타깃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현재 기술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기술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무기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의 지난 8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을 보도한 이후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닌 우주선이었다고 부인했지만, 같은 기술에서 탄두를 실으면 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실으면 우주선이 되는 만큼 중국 측의 반박은 의미를 갖지 못했다.

특히 미군 서열 1위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이번 사태를 옛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스푸트니크 충격’에 빗대 당혹감을 표현한 뒤, 영미권 언론들 사이에서는 당시 중국이 선보인 기술과 무기 개발 단계를 파고드는 후속 취재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이 올 여름 수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는 7월과 8월 두 차례 이뤄졌다고 미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회자되는 “스푸트니크 충격” 발언…일리 있었다

중국이 지난 7~8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사실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2021년 10월16일자 보도로 알려졌다. 사진은 해당 기사  갈무리
중국이 지난 7~8월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사실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2021년 10월16일자 보도로 알려졌다. 사진은 해당 기사 갈무리
WSJ에 따르면, 중국 관영 항공공업집단공사(AVIC)는 지난 21일 “새 풍동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풍동(wind tunnel)은 비행 중인 물체의 속도와 고도 등의 상황을 예측하는 장치로, 풍속과 저속, 고속, 초음속 등에 따라 달라진다. AVIC가 밝힌 새 풍동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속도와 온도를 자가복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극초음속 비행체가 탑재한 무기의 분리 및 발사 시험까지 가능하다는 게 AVIC의 설명이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장거리 미사일 끝단에 장착돼 ‘유도조작 가능한 탄두(maneuverable warhead)’ 역할을 한다. 발사된 순간 타깃을 향해 비행하는데, 이 저고도 비행 경로를 예측할 수 없도록 해 요격을 어렵게 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중국이 지난 여름 발사한 극초음속 활공체에서는 별도의 발사체가 또 한 번 분리됐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이 기술은 현존 물리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경지로, 어떤 나라도 아직 극초음속 활공체를 통한 추가 발사 능력을 시현한 적이 없다고 WSJ는 강조했다.

극초음속 활공체가 음속의 5배 속도로 비행하는 과정에서 추가 발사가 이뤄지는 것이고, 발사체는 활공체에서 분리되는 순간 매우 높은 압력과 열을 받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술적 도전을 의미한다는 게 서방 미사일 전문가들의 평가다.

추가 발사체의 정확한 역할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혼란을 주는 유도체처럼 기능할 수도 있고, 그 자체로 두 번째 타깃을 명중하는 미사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어떤 경우든 현존 기술로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몬테레이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미사일기술전문가 멜리사 한함은 “중국 측의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까진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VIC 측은 새 풍동 시설에 대해 “기존에 개발한 첫 풍동보다 2배 넓고, 음속의 8배속까지 재현이 가능하다”며 “2년에 걸쳐 개발돼 최근 시험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풍동이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장비 연구개발(R&D)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AVIC와 중국 국방부에 추가 질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AVIC 외에도 중국 항공역학연구개발센터(CARDC)에서 극초음속 무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美 ‘당혹’…새 기술 대응한 방어 시스템 개발 박차

미 군 당국은 현재 극초음속 무기 개발 단계가 중국에 다소 뒤처져있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최근 5년간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시험은 9회에 그친 반면,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수백 회 발사했다고 존 하이튼 공군 대장은 밝혔다. 하이튼 대장은 최근까지 미군 서열 2위에 해당하는 합참차장으로 있다 물러난 군 최고위 관계자 중 하나다.

중국은 이미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수백 회 실시했으며, 미사일은 우주까지 날아오른 뒤 극초음속 활공체보다 먼저 하강해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또 탄두 12개를 동시 발사해 각기 다른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미사일도 개발을 완료했다고 미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미국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특히 올여름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의 요격능력을 무력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미군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주로 남쪽에 집중 배치돼 있고 북극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하는데, 중국의 이번 시험은 남쪽을 겨냥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목표가 이제는 새 무기와 전달 방식을 개발해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갖춘 극초음속 활공체발 미사일 발사 능력과 완성도는 미국에 압박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아태 지역 담당 미군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신형 미사일 기술에 대한 방어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순위가 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내년 초 새 국방정책 발표와 함께 미국의 미사일 방어 정책 업데이트를 발표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 미사일방어국(MDA)은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 노스롭그루만 등 방산업체들 불러모아 극초음속 활공체를 하강 국면에서 격파할 요격시스템 시안 개발 계약을 맺었다고 미 국방부(펜타곤)는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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