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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보일 스님 “디지털세계선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미 현실”

입력 2021-11-15 03:00업데이트 2021-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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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부디즘’ 책 펴낸 보일 스님
‘인공지능(AI)’에도 불성(佛性)이 있을까?

최근 출간한 ‘AI 부디즘’(담앤북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해인사승가대 학장 대행을 맡고 있는 보일 스님(49)이다. 해인사승가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철학과 석사에 이어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승가대 시절 논문 공모전에서 ‘인공지능 로봇의 불성연구’로 대상을 받은 인연으로 인공지능 시대 불교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연구에 힘썼다. 11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개최 중인 불교박람회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단도직입으로 AI에도 불성이 있나?

“기계에 불성이나 영성(靈性)이 없다는 것은 전통적인 상식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딥러닝 등 과학적 진보가 가속화하면서 기계와 인간의 영역이 모호해졌다. 있다, 없다에 집착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 중도(中道)의 가르침이다. 그 화두의 핵심은 기계와 인간을 구분하던 경계(境界) 또는 벽이 무너지고,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종교계 연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10년 전에는 물리학 인공지능 뇌과학 등의 전문가들이 그 분야만 정통하면 됐지만 지금은 인문학적으로 사유한다. 공학자들이 자신들의 분야를 바탕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들이 예술과 철학을 논하고, 부처와 예수를 얘기하는 시대가 됐다.”

―종교계는 어떤가?

“부끄럽지만 불교계를 포함한 종교계는 과거에 갇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철학, 윤리적 난제들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종교계는 한 마디로 이 분야를 잘 모른다.”

책은 ‘인공지능에도 불성이 있나요’ ‘디지털 자아, 나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에 길을 묻다’의 3부로 구성돼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며 다가올 미래의 고민과 과제들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불교적 세계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불교 신도가 아니라도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의 구절을 알고 있다. 이런 말이 과거에는 뜬 구름처럼 들렸는데 메타버스로 상징되는 디지털세계에서는 이미 현실이다.”

―불교의 구체적인 강점은 무엇인가.

“불교는 2000년 이상 인간의 마음에 대해 공부했다. 신앙 여부를 떠나 명상과 참선을 통해 사람들에게 평안과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은 대체가 불가능한 존재라는 선언이다. 이 시대에 그런 존재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마음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

―수행자로서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대반열반경을 보면, 제자들이 열반을 앞둔 부처님에게 장례절차를 묻는데 부처님의 답변은 단호했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그런 것 신경쓰지 마라’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니 게으름 피지 말고 정진하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와 사유로 부처님의 법을 전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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