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논문 우수성 AI로 알아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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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인용하는 패턴 학습
향후 기술적 파급력 예측

과학기술 학술 논문의 영향력은 흔히 다른 연구자가 얼마나 많이 인용했는지를 지표로 표현한 임팩트팩터(IF·영향력 지수)로 평가된다. 미국 연구자들이 과학자들이 논문을 인용하는 패턴을 학습해 향후 논문의 영향력을 가늠하고 파급력이 큰 기술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조지프 제이컵슨 교수와 제임스 와이스 연구원팀은 발표 1년 뒤 논문의 영향력을 예측하는 AI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17일 소개했다.

영향력 지수는 일정 기간 특정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인용한 수를 논문 수로 나눠 학술지의 영향력을 환산한 수치다. 하지만 인용횟수 조작의 여지가 있고 실제 학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우수한 연구일 경우 바이러스처럼 연구 분야 곳곳에 깊숙이 퍼져 나간다고 보고 감염 경로를 파악하듯 인용 패턴을 분석하는 ‘델피(DELPHI)’라는 AI를 개발했다. 구글이 웹사이트의 중요도 측정에 사용하는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구글 설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개발한 이 알고리즘은 인터넷 세계에서 중요도가 높은 웹사이트일수록 더 많은 링크를 받는다는 데서 착안했다.

연구팀은 델피에 1980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된 논문 168만7850편의 인용 패턴을 학습하도록 했다. 델피는 생명공학 20개 분야 중 19개 분야에서 논문이 발표된 지 1년 내 일어난 인용 행태의 분석만으로 해당 논문의 영향력을 정확히 집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향후 기술적 파급력이 클 논문도 찾아냈다. 2018년 생명공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42종에서 발표된 논문 중 영향력 상위 5%에 포함될 유망 논문 50편을 예측한 것이다. 암 치료용 DNA 나노로봇, AI를 이용한 합성법 등이 유망 연구로 꼽혔다. 박지환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신장세포 전사체 분석 결과를 소개한 논문도 선정됐다.

연구팀은 AI 알고리즘을 더 보완하면 ‘숨은 보석’과도 같은 연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와이스 연구원은 “소속 기관이나 연구자들의 관계에 상관없이 가장 가치 있는 연구와 연구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과학논문#우수성#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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