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개국 젊은층 매혹시킨 한국 웹툰, 글로벌 문화콘텐츠 강자로[인사이드&인사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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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웹툰스닷컴의 ‘여신강림’(위 사진), 일본 라인망가의 ‘여신강림’(아래 사진).
미국 웹툰스닷컴의 ‘여신강림’(위 사진), 일본 라인망가의 ‘여신강림’(아래 사진).
“남자 주인공 수호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네요. 100회째 게재를 축하해요!”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 주경을 응원합니다. 그녀가 행복해지는 걸 보고 싶어요. 서준과 이어지든 수호와 잘되든, 싱글로 남든 간에요.”

네이버웹툰의 영미권 서비스 도메인 웹툰스닷컴에 2018년부터 수요일마다 연재 중인 야옹이 작가의 ‘여신강림’에 최근 달린 독자 댓글이다. 이 작품은 17일 기준으로 프랑스 일본 태국에서 인기 순위 1위, 미국에서 2위에 올랐다.

여신강림은 절묘한 화장 솜씨를 가진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삼각관계 로맨스물이다. 웹툰스닷컴 평균 평점은 10점 만점에 9.74점. 외모 가꾸기나 연애 이야기에 관심 많은 전 세계 10대, 20대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뚱뚱하고 키가 작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매일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키 크고 잘생긴 인물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그린 박태준 작가의 ‘외모지상주의’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온라인 만화 플랫폼 픽코마에서는 지난해 3월 연재를 시작한 장성락, 추공 작가의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 돌풍을 일으켰다. 올 5월 1일 하루에만 2852만 엔(약 3억2000만 원)의 유료구독 매출을 기록했다. 5월 한 달간 매출이 2억1356만 엔(약 23억9900만 원)을 넘기며 누적 매출은 9억5000만 엔(약 106억 원)을 뛰어넘었다.

픽코마에서 ‘롯폰기 클라쓰’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광진 작가의 ‘이태원 클라쓰’도 3월 일본에서 방영된 동명 넷플릭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인기 순위표를 역주행했다. 이 작품의 지난달 유료구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4월에는 픽코마에 서비스 중인 작품 2만4000여 개 중 1.3%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웹툰 300여 개의 하루 매출이 3196만 엔(약 3억6000만 원)의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는 픽코마 전체 일간 매출의 38%에 육박하는 액수다. 지난달 픽코마 매출 1∼10위는 모두 한국산 웹툰이 차지했다.

○ 네이버웹툰 “미국으로 본사 옮겨 글로벌 시장 선점”
최근 해외에서의 이 같은 선전에 힘입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글로벌 웹툰 시장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웹툰 지식재산권(IP)이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금맥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주도권 선점을 위한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등 세계 100여 개 나라에 진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웹툰 애플리케이션(앱)의 올 2분기(4∼6월) 월평균 전 세계 총 방문자 수는 약 6400만 명으로 지난해 1분기(1∼3월)보다 16% 증가했다.

5월 한 달 동안 네이버웹툰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약 700억 원.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2분기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늘었다. 연말까지 월 방문자 수 7000만 명, 연 매출 8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세계 콘텐츠 산업의 중심인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웹툰(webtoon)’이라는 단어를 브랜드명으로 등록하고, 웹툰스닷컴을 영어권 서비스 도메인으로 사용하면서 ‘웹툰=네이버웹툰’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있다. 2014년 7월 개시한 미국 서비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월평균 방문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 2018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김신배 네이버웹툰 글로벌사업총괄리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네이버웹툰 지사를 총괄하는 본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변경 작업을 올해 완료한다”며 “디즈니 넷플릭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물론이고 마블 DC 등 만화 업체들과의 전방위적 협업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실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 본사가 한국 네이버웹툰, 일본 라인디지털프런티어, 중국 와통엔터테인먼트를 모두 아우르게 돼 웹툰 사업 성장의 주축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IP 사업 부문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네이버웹툰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미국에서는 133%, 기타 지역에서는 115%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 현지 작가 육성, 글로벌 IP 생태계 구축
태국 라인웹툰의 ‘재혼 황후’(위 사진), 프랑스 네이버웹툰의 ‘재혼 황후’(아래 사진).
태국 라인웹툰의 ‘재혼 황후’(위 사진), 프랑스 네이버웹툰의 ‘재혼 황후’(아래 사진).
네이버웹툰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또 하나의 글로벌 사업 전략 키워드는 ‘현지 작가 육성’이다. 해외 진출 초기부터 한국의 아마추어 작가 연재 플랫폼인 ‘도전 만화’를 해외에 그대로 적용해 현지 웹툰 작가를 발굴하는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현재 네이버웹툰과 연결된 전 세계 아마추어 작가는 64만여 명, 프로 작가는 2000여 명이다. 이 창작 생태계 규모는 해가 갈수록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아마추어 작가 플랫폼 ‘캔버스’의 5월 연재작 수는 지난해 말의 4배에 이른다.

2018년 말부터 해외 시장에서 유료 미리보기 서비스가 개시되고,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인 스튜디오N을 통한 IP 기반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웹툰 작가들 수입도 크게 늘었다. 국내 온라인 웹툰 플랫폼 업체와 정식으로 계약하고 작품을 연재 중인 작가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249명이 네이버웹툰에서만 연 1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수입 랭킹 상위 10명의 평균 연 수입은 3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카카오페이지 “한국서 통하면 해외서도 통해”
카카오페이지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태국 대만 중국 등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작품을 선별해 해외에 소개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강정구 카카오페이지 해외사업총괄부사장은 “2018년 12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업체를 인수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스토리보다는 작화 품질이 높아 한눈에 해외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을 전면에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픽코마는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최근 3년 연속으로 매출이 해마다 2배 이상 증가하는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픽코마 모바일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000만 건, 월 방문자 수는 600만 명을 넘었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전통적인 종이 출판만화 시장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디지털만화 시장(출판만화를 스캔한 온라인 서비스와 웹툰을 합친 것) 매출이 2조9200억 원으로 출판만화 시장 매출을 넘어섰다”며 “일본 전체 만화 시장의 성장세가 여전하므로 디지털만화 시장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잠시 주춤했던 일본 만화 시장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선 데는 스마트폰을 통해 만화 콘텐츠를 처음 접한 10∼30대 여성 소비자의 영향력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내 활동이 늘면서 디지털만화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IP 원천 다각도 활용, 웹툰의 가능성 주목
왼쪽부터 일본 픽코마의 ‘롯폰기 클라쓰’, 일본 픽코마의 ‘랑데부’.
왼쪽부터 일본 픽코마의 ‘롯폰기 클라쓰’, 일본 픽코마의 ‘랑데부’.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IP로서 웹툰 콘텐츠의 가치가 갈수록 크게 주목받을 것을 예상해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 웹툰의 경쟁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모든 언어권으로 매일 한국 웹툰 신작을 공급하는 ‘IP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7월 베트남에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 서비스를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플랫폼의 직영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인기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한 ‘황제의 외동딸’(리노, 윤슬 작가)은 중국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공급돼 최근 9억5000만 회가 넘는 누적 조회 수를 기록했다. KTB증권은 “해외 시장에서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IP 경쟁력은 이미 확인됐다”며 “현지 플랫폼 직영이 확대된다면 매출은 앞으로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택균 문화부 기자 sohn@donga.com
#웹툰#글로벌 문화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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