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투기, 美해상초계기에 위협비행… 항공자유화조약 탈퇴하려는 美에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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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상공서 65분간 근접 대치… 美 “의도적으로 안전 위협” 비난
미군 “러, 리비아 내전 반군 도와”
미그기 있는 공군기지 사진 공개

26일 미 해군이 공개한 러시아 전투기 Su-35. 사진 속 날개는 미군 초계기 P-8A의 일부로 양측이 거의 부딪힐 만큼 가까웠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미 해군 웹사이트
26일 미 해군이 공개한 러시아 전투기 Su-35. 사진 속 날개는 미군 초계기 P-8A의 일부로 양측이 거의 부딪힐 만큼 가까웠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미 해군 웹사이트
지중해에서 러시아 전투기 두 대가 미 해군의 해상초계기에 스치듯이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며 한 시간 이상 대치하는 상황이 26일 벌어졌다. 최근 미국 정부가 군축조약인 항공자유화조약(Open Skies Treaty) 탈퇴를 선언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간의 군사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미 해군은 26일 성명에서 “지중해 동부 영공에서 비행 중이던 미군 해상 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러시아 전투기 Su-35 2대가 가로막았다(intercept)”고 밝혔다. 또 해당 러시아 전투기들이 의도적으로 미군 초계기의 양쪽 날개에 바짝 다가갔으며, 이 상황이 65분간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미 초계기 날개 아래 러시아 전투기 조종사의 헬멧이 보일 정도로 양측의 거리가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은 “러시아 Su-35 조종사의 불필요한 행동은 국제 비행 규정에 어긋나며 두 항공기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군은 4월에도 해당 영공에서 자국 초계기에 러시아 전투기가 접근해 위협을 가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21일 미국이 ‘6개월 뒤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벌어졌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보복성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중국 등 30여 개국이 가입된 항공자유화조약은 가입국 간 군사력 보유 현황과 군사 활동을 공중 정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도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는 공식 트위터 등에 ‘러시아가 리비아 내전에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기를 파견했다’고 주장하며 리비아 중부 알주프라 공군기지 활주로에 미그-29 전투기가 서 있는 모습 등 사진 15장을 공개했다. 러시아는 그간 리비아 내전에 군사적 개입이 없다고 밝혀왔다. 리비아 내전이 미-러 간의 대리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러시아 전투기#미 해상초계기#위협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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