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020/단편소설 당선작]해가 지기 전에

동아일보 입력 2020-01-01 03:00수정 2020-01-01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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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은 휴게소 화장실 앞으로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섰다. 그녀의 앞으로는 기선과 동년배인 듯 보이는 여자들이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채로 서 있었다. 이 휴게소를 지나 설악산에 가는 단체 관광객일 거라고 기선은 짐작했다. 그들은 화장실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지퍼백에 든 인절미를 앞에서 뒤로 전달하며 하나씩 집어 먹었다. 기선은 제 또래의 여자가 떡을 씹으면서 볼일을 보는 모습을 떠올리다가 자연히 비위가 상했다. 기선의 바로 앞 사람이 지퍼백 속 마지막 인절미를 집어 먹은 다음 허공에서 손을 털었다. 기선은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 여자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몇 해 전 같았으면 이쯤에서 차로 되돌아갔을지도 몰랐다. 차라리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소변을 참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게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사이 기선은 빠르게 늙었다. 이제 기선은 예순여섯이었고 볼일을 조금만 참아도 요로에 통증을 느꼈다. 게다가 병원까지는 아직 길이 한참 남아 있었다. 마침내 차례가 되었을 때 기선은 변기 위에 오래 앉아서 방광을 완전히 비우려 애썼다. 볼일을 다 보고 나서는 아랫배를 손으로 눌러 가며 잔뇨감이 있는지 확인했다. 모르긴 해도 남편 역시 그러고 있을 거라고 기선은 짐작했다. 얼마 전부터 남편은 전립선 문제로 앉아서 소변을 봤다. 변기에 오줌을 튀기지 않아 깔끔하기는 했다.

병원은 도심에서 떨어진 바닷가에 있었다. 한때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가 되어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이제는 성수기에도 방문객이 드물어진 곳이었다. 가는 길은 멀고도 고단했다. 고속도로에 올라 두 시간 넘게 달려야 했고, 고속도로에서 갈라져 나와서는 비료 냄새가 풍기는 시골길을 지나야 했다. 마지막으로는 해변 옆으로 난 도로를 지나갔는데, 기선은 그 길만큼은 좋아했다. 휴게소에서 다시 차에 올라타며 기선은 그 길, 옆으로 짙푸른 바다와 모래밭이 펼쳐져 있던 해변 도로를 떠올렸다. 아름다운 길이었다. 아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기선은 바다 냄새를 맡으려 차창을 내렸을 것이다. 남편에게 음악을 좀 틀어 보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들의 입원 수속에 동행하던 날에도, 한 달 전 아들을 면회하러 가던 때에도 기선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무거웠다. 이번에는 면회가 아니었다. 노부부는 아들을 외출시키기 위해 병원에 가는 중이었다. 외출이라니, 아들은 대체 그곳에 얼마나 더 있으려는 것일까. 처음에 아들은 한 달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생활을 정리하고 제 병원을 차리기 전 잠깐 휴식이 필요하다며 한 달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기선은 너무나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잠시 시야가 어두워졌다.

“요즘 정신병원은 그런 곳이 아니에요.”


어둠 속에서 아들이 말했다. 그러고는 최근에 우울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기선은 오랫동안 아들을 세상의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한평생 동안 그녀가 했던 모든 일이 그뿐이라 해도 좋을 만큼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난데없이 자신이 우울증 환자라고 고백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위험은 바로 내부에 있었다고 말이다. 시야가 다시 환해지자 기선은 아들의 병세에 대해 캐물었다. 언제부터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는지, 혹여나 위험한 생각을 한 적이 없는지 질문했다. 나중에는 자신의 태도가 범인을 취조하는 형사 같았다고 후회하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아들은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아들과 함께 병원으로 가던 날에는 기선도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병원까지 가는 동안 기선은 조수석에 앉아 옆자리의 아들을 바라봤다. 아들은 독일제 고급 승용차를 능숙하게 운전했다. 그 애가 웬만한 아파트 단지보다도 넓은 대학병원에 근무하기 시작하며 구입한 차였다. 비슷한 나이의 남자애들은 꿈도 못 꿀 자동차를 아들은 서른둘부터 몰고 다닌 것이다. 그런 남자가 기선의 아들이었다. 그날 기선은 아들의 잘생긴 옆얼굴을 찬찬히 관찰했다. 아들의 두 눈은 지성으로 빛났다. 그 애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전문직에 종사하는 똑똑한 남자인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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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남편도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수의사였고, 기선과 결혼할 무렵에는 시골 동네에서 소나 돼지 같은 커다란 가축을 진료했다. 그녀는 가끔 남편의 일터에 따라가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피범벅이 된 채로 암소의 엉덩이에서 송아지를 빼내던 남편의 모습을 그녀는 또렷이 기억했다. 양팔로 송아지를 잡아당기던 자세, 탄탄한 팔 근육과 긴장으로 찌푸려진 미간을 눈꺼풀 안쪽에 그려볼 수 있었다. 그때 그는 젊었고, 건강했고, 똑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방금 전에 그는 앉아서 오줌을 눴다. 지금은 차에 달린 내비게이션을 다룰 줄 몰라 끙끙대고 있다.

“목적지를 어떻게 입력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가 내비게이션 화면을 누르다 말고 공중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휴게소까지는 단순한 길이라 기계의 도움 없이도 잘 왔지만, 앞으로는 아니었다. 기선은 남편에게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아들의 차를 가지고 가자고 주장한 것은 그녀였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는 아들이 다시 이 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는 길부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그냥 가볼까.”

남편이 말했다.

“갈 수 있겠어?”

“그럼 어째?”

기선은 젊은 사람에게 좀 물어보자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노부부가 정신병원에 간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뭔가를 넘겨짚을 터였다. 그게 무엇이든 기선은 싫었다.

“가보자구. 가봤던 길이잖아.”

기선이 말했다. 남편은 공중에서 허둥대던 오른손을 느릿느릿 핸들 위로 올렸다. 그러고는 핸들을 조금씩 돌려 차를 후진시켰다. 기선은 휴게소 앞 풍경을 잠깐 훑어봤다. 그들 부부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실외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기선은 그들 중 누군가는 자신들과 목적지가 같기를 바랐다. 차가 휴게소를 빠져나오자 남편은 구부정한 자세로 정면을 주시하며 운전했다. 기선은 때때로 그를 곁눈질하며 창밖에 눈길을 주었다. 양옆으로 방음벽이 쳐진 풍경이 끝도 없이 지나갔다. 기선은 그 광경을 바라보다 까무룩 잠이 들어 아들에 대한 꿈을 꿨는데, 깨어났을 때에는 꿈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새 차창 밖으로는 논밭과 비닐하우스들,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사용하는 식당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남편은 그럭저럭 길을 잘 찾아온 모양이었다. 기선은 안심이 되는 한편 곧 병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초조해졌다. 규모를 갖춘 병원 건물과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아들은 그 자체로 기선을 불안하게 했다. 게다가 정확히 어디가 아픈 것인지, 언제 다 나을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기선은 침울해지거나 불안해지지 않기 위해 눈에 띄는 식당 간판을 한 글자 한 글자 모두 읽었다. 나이 들어서 좋은 점은 멀리 있는 글씨가 잘 보인다는 것이었다. ‘36년 원조 간장게장’이나 ‘김영자 돼지갈비’ 같은 가게 이름들을 기선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몇 해 전, 아들이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부대를 찾아가던 일이 떠올랐다. 그 길에도 이런 음식점들이 있었다. 맛도 없으면서 괜히 식당만 크게 차려놓은 곳들. 기선과 남편은 그런 곳으로 아들을 데려가지 않았다. 부부는 휴가 나온 아들과 함께 부대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거기서 도시에서보다도 더 비싼 값에 해산물을 먹었다. 장성한 아들과 함께 멀리까지 가보았던 경험은 그게 전부였다. 아들이 외따로 떨어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 길이 맞는 것 같아?”

남편이 물었다. 기선은 창밖으로 보이는 간판을 하나 더 읽었다. ‘낙원 오리백숙.’

“난 모르겠어.”

“와봤던 길 같아?”

“글쎄, 모르겠다니까.”

이런 곳의 풍경은 어딜 가나 비슷했다. 그걸 무슨 수로 구별해 낼까.

“저기는 처음 보는 곳 같지?”

남편이 정면으로 턱짓을 하며 말했다. 기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면의 건물을 바라봤다. ‘카페 몽마르뜨.’ 확신하기는 어려웠지만 전에 본 적 없는 곳 같기는 했다.

“그런 것 같은데. 당신 지금 길을 헤매는 거야?”

“저기로 가서 길을 한번 물어보자. 커피도 마시고.”

남편이 말했다. 건물이 점차 가까워지자 회백색으로 칠해진 세련된 외벽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는 제법 컸다. 남편이 가게 앞으로 차를 세웠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난 화장실에 갔다 올게. 당신이 커피 주문해줘.”

남편은 그렇게 말한 뒤 기선보다 앞서서 카페 입구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뒤통수에 남아 있는 가느다란 머리털 몇 가닥이 하늘거렸다. 갓 태어난 아기 새들의 머리통에 있을 법한 털이었다. 이런 연상이 떠오를 때면 여전히 남편을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한 애정이 완전히 소모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젊은 시절에는 몰랐던 이런 감정은 노년기에 아주 중요한 것 같았다. 아마 앞으로는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기선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페 앞으로 걸어갔다. 카페로 들어가는 유리문에는 조그만 종이 달려 있어 그녀가 남편을 뒤따라 문을 열자 딸랑 하는 소리가 났다. 실내에는 신선한 커피 향이 감돌았다. 카운터 뒤에서 여자 종업원이 기선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흔 살쯤 되었을까 싶었다. 기선은 천천히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를 두 잔 주문했다. 그것이 그녀가 가장 능숙하게 발음할 수 있는 커피였다.

“원두를 고르실 수가 있어요.”

여자는 말했다.

“스페셜 블렌드랑 오리지널 블렌드가 있는데, 가벼운 맛, 무거운 맛이라고 보시면 돼요. 어느 걸로 하시겠어요?”

“가벼운 맛으로요. 둘 다.”

어느새 화장실에서 나온 남편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길을 물을 참인 모양이었다. 기선은 그가 어떻게 말을 꺼낼지 몰라 불안해졌다. 정신병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그 단어를 빼고 거기까지 가는 길을 묻는 것은 불가능할 터였다.

“길을 좀 여쭤봤으면 하는데요.”

남편은 말했다.

“어느 쪽으로 가시는데요?”

여자는 여전히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기선은 남편의 오른팔을 잠시 잡았다가 풀었다. 남편의 팔은 마르고 탄력이라고는 없어서 공중에 매달린 막대기 같았다.

“이 근처 정신병원에요.”

기선은 정신병원이라는 말이 유달리 길게 느껴졌고, 남편이 그 단어를 발음하는 몇 초 동안 허리를 꼿꼿이 했다.

“아, 병원 가시는 분들이 이쪽으로 많이 오세요. 요 앞에서 좌회전하시면 돼요. 조금만 더 가시면 멀리서도 병원 건물이 보일 거예요.”

여자는 친절하게 설명해준 다음 한마디 덧붙였다.

“환우분을 뵈러 가시나 봐요.”

“우리 아들은 의사예요.”

그렇게 말하고 기선은 빙그레 웃었다. 제대로 된 대답을 한 듯했다. 거짓말도 아니었다. 기선의 아들은 얼마 전까지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다. 기선은 아들이 의대를 졸업하던 날을 기억했다. 아들은 수석 졸업생이었다. 백 명이 넘는 졸업생 중에 가장 우수한 학생이었다. 아들은 단상에 나가 졸업생 대표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 남편이 그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 동안 기선은 흐르는 눈물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 힘겨운 과정을 아들이 통과해냈다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취를 거두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졸업식이 끝나고 기선과 남편은 아들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 중에 아들이 가장 잘 나온 것을 엄선해 거실의 콘솔 위에 놓아두었다.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어젯밤 기선은 그 사진을 치울지 말지 오래 고민했다. 어쩌면 아들은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불행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을 테니까. 기선은 아들이 가여웠고, 어서 아들을 그 기괴한 병원에서 구출해내고 싶었다. 그곳에서 아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오히려 집에 데려다 놓고 푹 쉬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오래전, 홍역으로 학교를 일주일쯤 빠져야 했을 때처럼. 그때 기선은 아들이 완전히 회복되고 나서도 며칠 더 학교를 쉬게 했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을 때, 남편은 전화를 받으며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했다.

“그럼 나는 차에 가 있을게.”

기선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카페를 가로질러 가는 남편의 뒤통수에 대고 외쳤다. 이런 곳에 혼자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기선은 뜨거운 커피 두 잔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 머리 위에서 다시 한 번 딸랑, 종이 울렸다. 통화 중인 남편에게 커피를 건네준 다음 기선은 차에 올라탔고, 조수석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훌륭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울긋불긋 물들어 있었다.

아마 병원의 풍경도 이전보다 좋을 듯했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아들은 병원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자신이 묵는 병실은 원래 호텔이었다고 일러주기도 했다. 병원은 오래전 해변이 번화하던 시절에 건설된 호텔을 병실로 개조해서 사용하는데, 그 덕분에 병실 내부의 세간이며 화장실이 근사하다고, 마치 호텔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소년처럼 아들은 말했다. 기선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아들의 병실에 올라가 보고 싶다는 말을 억눌러야 했다. 더는 그렇게 굴어서는 안 됐다. 그런 기선의 심정을 알 길 없는 아들은 다음 주부터는 매점에서 하루에 세 시간씩 일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많은 환우들을 만나게 되니 재미있을 거라고. 아들의 표정이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으므로 기선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행복감이 기선을 불안하게 했다. 처음에는 한 달이라던 입원 기간은 벌써 두 달 넘게 길어지고 있었다.

“엄마, 걱정 마세요.”

아들은 그렇게 말하며 천진하게 웃었다. 생각해 보면 아들은 종종 그 말을 했다. 입대를 앞두고도 그랬고, 의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에도 그랬다. 기선이 아들을 걱정할 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선이 불안감에 빠져 있을 때 아들은 그런 말로 기선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대체로 아들은 그 말을 지켰다. 힘들다는 의대 공부를 하면서도 건강을 잃지 않았고, 군의관으로 무탈하게 복무하다가 제대했다. 그러나 그날, 그녀가 환자복을 입은 아들의 옆에 앉아서 떠올렸던 것은 아들의 그런 믿음직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 기선은 아들에게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사주었던 날을 회상했다. 그날도 아들은 같은 말을 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

아들은 기선과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반드시 헬멧을 쓸 것, 자전거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탈 것. 아들은 그 자전거를 무척 좋아했다. 혼자서 자전거를 끌고 나가 한참 동안 아파트를 빙빙 돌고는 했다. 기선은 베란다에 서서 아이가 자전거 타기를 그만둘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봤다. 혹여나 아이가 넘어져 다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면서, 다른 소년들이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기원하면서. 다행히 아들은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지만, 그 애들은 나쁜 친구들이었던 것으로 나중에 판명이 났다. 그 애들 중 하나가 드라이버를 가져와 아들의 자전거에 달린 보조 바퀴를 떼어냈다. 겨우 여덟아홉 살 먹은 녀석들이 그런 기구를 사용했다는 것이 기선은 지금도 놀랍고 경악스러웠다. 기선은 아들에게 직접 그 소년들의 집으로 전화를 걸라고 시켰다. 그런 다음에는 절교하자는 말을 하게 했다. 기선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아들은 전화를 걸고 우리 이제 친구 그만하자, 같은 말을 우물거렸다. 아들이 발음을 지나치게 눙치거나 눈물을 닦느라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면 기선은 스케치북에 아들이 해야 할 말을 적어주었다. 그러면 아들은 그 문장을 그대로 읽었다. 보조 바퀴가 떨어진 자전거는 그 후로 어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버렸거나 팔았던 것 같다. 기선은 그 일이, 혹은 그와 비슷한 자잘한 사건들이 아들의 병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아들을 위한 일들이었지만, 그 애는 그런 기선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렸을 것이다. 기선은 커피를 홀짝였다. 씁쓸하고 미지근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흘러내렸다. 커피는 너무 썼다. 가벼운 맛이라더니, 하나도 가볍지 않았다. 기선은 커피가 든 종이컵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홀더에 끼워 넣었다. 홀더 주변은 알 수 없는 액체들이 말라붙은 자국으로 지저분했다. 기선은 아들이 없는 동안 차를 청소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산뜻한 공간에서 아들을 맞아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엊그제부터 집을 청소한다고 그렇게나 부산을 떨어놓고 차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기선은 차 안의 풍경을 새삼 찬찬히 살폈다. 아들의 손때가 묻은 핸들과, 아들의 체형에 맞게 조절되어 있는 좌석, 룸미러 아래 매달려 있는 작은 방향제 같은 사물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기선은 룸미러 아래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방향제의 냄새를 맡았다. 딸기 향. 어린 애들이 먹는 물약 같은 것에서 나는 달콤한 딸기 냄새가 났다. 그러고 나서 기선은 조수석 앞에 달린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는 수첩 한 권과 핸드폰 충전기, 그리고 거의 다 사용한 핸드크림이 하나 담겨 있었다. 기선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그건 병원에서 해마다 나눠 주는 다이어리였다. 표지에 박힌 숫자로 보아 작년에 받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기선은 그것을 펼친 다음 한 장씩 넘겨 보았다. 별다른 것은 없었다. 아들은 날짜별로 할 일을 적어 놓았을 뿐이었고 그마저도 2월부터는 적힌 것이 많지 않았다. 3월의 메모는 두 개뿐이었다. 20일에 학회 발표가 있었고 25일에 동창회가 있었다. 그다음 4월에는 단 한 단어가 적혀 있었다. 4월 19일 오기선. 그날은 기선의 생일이었다. 아들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은 것, 엄마나 어머니라고 자신을 호칭하지 않은 것에 기선은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기선은 달력을 넘겨 8월을 찾았다. 남편에 대해서도 그랬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6월 이후로 아들은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기선은 작년 자신의 생일날을 떠올려 봤다. 별다를 것은 없었던 하루였다. 저녁 무렵 아들이 집에 들러서 세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식사했다. 기선은 아들 앞으로 갈비찜과 잡채를 밀어주었는데, 아들은 잘 먹지 못했다. 속이 더부룩하다고 했다. 기선이 일에 대해 묻자 여느 때처럼 괜찮다고만 대답했다.

“다들 와서 부모 욕을 하다가 약이나 받아 가는 거죠. 어릴 때 아빠한테 맞았어요, 엄마가 억지로 논술 학원에 보냈어요, 그런 말요.”

보리차로 입을 헹구고 나서 아들은 그렇게 덧붙였다.

“그렇지. 우리나라 부모들이 문제가 많아.”

옆에서 남편이 한마디 거들었다.

기선은 수첩을 내려놓은 채 식은 커피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카페에 가서 설탕을 좀 넣을 작정이었다. 기선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바닥이 제 시야를 덮친다고 느꼈고, 몇 초 후에는 자신이 넘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절을 하는 사람처럼 기선은 카페로 들어가는 계단 앞에 엎어져 있었다.

“당신 괜찮아?”

기선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남편이 달려왔다. 그리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기선은 남편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키며 원피스 앞부분에 커피가 쏟아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괜찮아.”

무릎이 까졌고 아끼던 원피스가 엉망이 됐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기선은 그렇게 말했다.

“커피가 조금 써서 그랬어. 설탕을 넣으려다가.”

남편은 기선을 차가 있는 곳까지 부축해주었다. 남편이 다시 차를 출발시키려 했을 때, 기선은 남편의 팔 위에 손을 얹었다. 당장은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기선은 여기서 조금만 쉬어 가자고 말했다. 카페에서 조금만 머물다 가자고. 남편은 선선히 그녀에게 동의해주며 차의 시동을 껐다.

두 사람은 창 바로 아래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남편은 새로 주문한 녹차를 홀짝였다. 기선은 자갈이 박힌 자국이 생긴 손바닥을 주무르며 잠시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산자락에 과수원이 펼쳐져 있었고 그 근처로는 주택 몇 채가 흩어져 있었다. 한가하고 편안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기선도 그런 곳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 대체로는 그 시절을 잊고 지냈지만, 한 번도 완전히 잊어버린 적은 없었다. 기선은 바로 그런 곳에서 태어나 결혼했고, 아들을 낳을 때까지 살았다. 두 번의 유산 끝에 얻은 귀한 자식이었다. 기선은 아직도 아기였던 아들의 건강하던 뺨과 기다란 속눈썹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들이 아기침대 위에 모로 누워 잠들어 있던 모습, 남편과 함께 마당에서 아들을 목욕시키던 주말 오후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보다 더 내밀한 기억도 있었다. 아들과 단둘이서만 보낸 시간을 기선은 아무와도 공유하지 않은 채 혼자서만 간직했다. 온종일 천장에 매달린 모빌만 뚫어져라 바라보던 아이의 표정이나, 조그만 수저로 이유식 그릇을 조금씩 파헤치던 모습 같은 것을. 아이는 작은 것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해서, 별것 아닌 헝겊 인형 같은 것에도 깊이 몰두하곤 했다. 마치 그것을 눈으로만 봐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처럼 인형의 겉면과 봉제선을 모두 손으로 확인했다. 기선은 아들이 그런 혼자만의 놀이를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곤 했다. 다시없이 사랑스럽고 영특한 아이였다. 기선은 아이가 분명 과학자나 예술가 같은 직업을 가지게 될 거라고 짐작했고, 그 짐작은 정확히 맞았다.

“여보.”

남편이 먼 곳을 바라보는 기선을 불렀다.

“아까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

병원 이야기가 나오자 기선은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열어 시간을 확인했다. 방문하기로 미리 정해둔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왜? 뭐래?”

“우리 돌아가야 해.”

남편은 고개를 흔들었다.

“사정이 있다고 오지 말라는군.”

기선은 대체 무슨 사정이냐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만 같았다.

“영환이가 오지 말래?”

남편은 대답하지 못했지만, 기선은 그 침묵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한동안 두 사람은 함께 침묵을 지켰다.

‘곧 있으면 네가 묵는 건물이 멀리서도 보일 텐데.’

기선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한동안 눈을 감은 채 있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남편의 근심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기선은 그의 주름진 손을 잠깐 잡았다가 놓았다. 오래전 두 사람은 고향을 떠나 상경했다. 도시에서 남편은 더 이상 커다란 동물들을 진료하지 않았다. 대신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가에 동물병원을 차려 거기에서 작은 강아지나 고양이들을 진찰했다. 예방주사를 놓아주고, 중성화 수술을 집도했다. 병원 한쪽은 가게로 꾸며 사료와 간식, 장난감도 팔았다. 농촌에서보다 모든 것이 수월했다. 물론 난처한 일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한밤중에 돼지 축사로 달려오라는 전화를 받거나, 구제역에 걸린 소들을 한 마리씩 주사 놓아 안락사시켜야 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난감한 일들이 있었다. 한번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플라스틱 케이스에 든 햄스터를 데리고 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작은 동물은 치료가 어렵다고 좋은 말로 달랬는데, 듣지 않고 병원에 앉아 한참을 울더라고 남편은 지금처럼 피로한 얼굴로 말했다. 그때 남편에게 적절한 위로를 해주었는지 기선은 기억할 수 없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기선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한마디 떠올랐다.

“우리 해변 길 따라서 드라이브라도 하고 가.”

기선은 그 길을 지나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근사한 풍경을 보는 일이 남편에게 도움이 될지 몰랐다. 적어도 기선에게는 그럴 것 같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카페에서 나와 다시 차에 올라탔다. 기선은 조수석에 놓여 있던 아들의 수첩을 다시 조수석 서랍에 집어넣은 다음 안전벨트를 맸다. 남편이 차를 출발시켰다. 이윽고 차가 아름다운 해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지만, 두 사람은 바닷가 풍경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기선은 근심에 잠긴 남편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사장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바다에서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멀찍이 떨어져서 서프보드를 탔다. 알록달록한 서프보드가 파도 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오르곤 했다. 인적 드문 해변을 찾아 일부러 이곳까지 왔겠지만, 기선의 눈에는 위험하게 보였다. 만약 바다에 빠진다면 곧바로 도움을 청할 데도 없을 테니까. 멀리 공중에서는 햇빛이 반짝거렸다. 기선은 차창을 반쯤 내린 채 공중에서 반짝이는 빛을 유심히 봤다. 빛의 가루 같은 것이 흩날리고 있었다. 물고기의 비늘이 공중에서 흩어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잠시 뒤 기선은 그것이 불꽃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 잠깐 동안 빛의 부스러기가 공중에 피어올랐다가 사라지며 회색 연기가 감돌았다. 누군가 불꽃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낮에 불꽃놀이를 하는구먼.”

남편이 눈을 가늘게 뜬 채 해변 쪽을 흘끗거리며 중얼거렸다. 차는 금세 그곳을 지나쳐 갔지만, 기선은 그 이상한 풍경에 대해 골똘해졌다.

‘어째서?’

일몰까지는 두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두 시간만 기다리면 제대로 된 불꽃을 터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조급하게 불꽃놀이를 시작했다. 차는 이제 모래 깔린 바닷가를 지나서, 도로 옆으로는 커다란 바위들이 있는 해안이 펼쳐졌다. 기선은 쾌청한 하늘에 방금 전에 보았던 빛의 부스러기를 그려 보았다. ‘작고 초라하다.’ 그런 말밖에는 해줄 수 없는 빛이었다. 기선은 일몰을 기다리지 못하고 폭죽에 불을 붙이는 누군가를 잠시 동안 상상해 봤다. 심지의 끝에 불붙은 성냥을 가져다 대는 손과, 하늘을 올려다보는 뒷모습을. 그리고 빛보다 더 오래 허공을 차지하고 있는 연기를. 차가 어느새 해변 도로를 완전히 지나쳐, 더 이상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보여줄 글 계속 쓰겠다고 다짐▼

● 당선소감


서장원 씨
당선이 되면 기뻐서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쓰는 일은 언제나 즐거웠지만, 일곱 해째 거듭되는 낙선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신춘문예와 공모전을 통틀어 최종심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등단은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다. 세상에 보일 수 없는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자주 막막했다. 이제는 조금 덜 막막하게 쓸 수 있어 기쁘다. 어떤 시기를 가까스로 지난 것 같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찾으라고 말씀해주신 윤성희 선생님, 부족한 글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응원해주신 강영숙 선생님, 서사의 윤리에 대한 질문을 안겨주신 윤경희 선생님, 소설은 결코 인과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일깨워주신 권희철 선생님, 세계를 보는 작은 구멍을 알려주신 김경욱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한강 선생님께도 감사와 존경을 전해드린다.

주영 언니와 희원에게는 대학원 시절을 함께해 영광이었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한다. 함께 공부한 계절과일 문우들, 멀리서 응원해주는 인애 언니와 푸름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십대와 이십대를 함께 보낸 김, 손, 유, 전, 주, 진에게는 덕분에 늘 든든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를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는 혜지, 재미없는 친구를 재밌게 만나주는 제형, 올해 너무 많은 신세를 진 종철 오빠에게도 고마웠다고, 멋쩍게 인사한다. 나의 비평가이자 편집자인 수현에게는 앞으로도 수고해달라고 부탁한다.

가족에게, 평소에는 절대 하지 못했던 인사를 드린다. 고맙고 미안했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계속 쓰겠다고, 어떻게든 쓰겠다고 약속드린다.

△1990년 경기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서사창작전공 졸업

▼치밀한 화법으로 시대의 초상화 보는 듯▼

● 심사평


성석제 씨(왼쪽)와 오정희 씨.
올해 본심에 진출한 9편의 작품에는 근래 한국문학에서 단편소설이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인, 세태를 섬세하게 포착해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었다. 한편으로는 ‘문장과 언어’로서의 소설 영토가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품이 여전히 눈에 띄기도 했다.

‘사과의 세상’은 간명한 작품이다. 편하게 잘 읽힌다. 다만 이 작품이 다루는 세계가 지나치게 일상적이어서 공명 이상의 감동을 끌어내는 데는 이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분홍’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가축의 방역 과정에서 일어나는 ‘살처분’의 실제 현장에 있는 듯 우리가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 우리 삶의 일부분을 드러낸다. 뛰어난 현장감에 비해 문장과 전개가 급박하고 거칠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수박의 다음’은 청춘들의 ‘조용한 절망’을 ‘지금, 여기’의 스타일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 뭔지 잘 잡히지 않긴 해도 현대스러움을 잘 나타낸 작품으로 보인다.

당선작인 ‘해가 지기 전에’는 작가 스스로가 소설의 흐름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차분하고 치밀하게 써내려간 수작이다. 자식의 선택과 자식에 대한 믿음, 자랑스러움이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 부모’와 뒤엉켜 환부는 계속해 커진다. 그것을 적절히 처치할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해결을 미룬 채 작은 기쁨에 골몰하는 모습이 대비되며 이 시대의 서글픈 초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성공적으로 연출해 냈다.

당선된 작가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울러 다음을 기약하게 될 분들의 정진을 바란다.

오정희·성석제 소설가
#동아일보#신춘문예#2020#단편소설#해가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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