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최악의 상황… 물밑대화도 작동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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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 일본연구센터 학술회의, 한일 지식인들 우려 쏟아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 국제학술회의에서 양국 지식인들은 한일 관계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한일 지식인들은 “양국 관계가 꼬일대로 꼬인데다 이를 풀 의지나 노력도 안보이는 게 현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 국제학술회의에서 양국 지식인들은 한일 관계에 대해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한일 지식인들은 “양국 관계가 꼬일대로 꼬인데다 이를 풀 의지나 노력도 안보이는 게 현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일관계가 국교 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겉으로 보이는 외교가 교착상태에 빠져도 무대 뒤편에서 기능했던 비공식 물밑대화가 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 국제학술회의에서 한일 지식인들은 한일 관계의 현실과 미래에 우려를 쏟아냈다. 이날 세미나에는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 명예교수 등 일본국제연구소의 한반도연구팀 7명이 방한했다. 한국 측에서도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신각수 전 주일한국 대사와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 등 전직 외교관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에서 한일 지식인들은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한국 구축함과 일본 초계기의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양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가든호텔에서 오코노기 마시오(게이오대 명예교수), 이즈미 하지메(도쿄국제대 교수), 니시노 준야(게이오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지식인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가든호텔에서 오코노기 마시오(게이오대 명예교수), 이즈미 하지메(도쿄국제대 교수), 니시노 준야(게이오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지식인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니시노 준야(西野純也)게이오대학 교수는 기조 발표에서 “양국 지도자의 상호 신뢰관계가 붕괴 지경에 이르렀고, 양국 여론까지 악화돼 50년 이상 지속돼온 한일 관계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배상청구권 문제는 앞으로, 한국 정부가 한국에 있는 일본 기업자산 연쇄 차압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즈미 하지메(伊豆見 元) 도쿄국제대학 교수는 “일본 내에는 ‘양국의 불편한 과거사 때문에 한국이 강하게 요구하면 일본도 못이기는 척 수용하는 관행이 되풀이돼 왔다’는 비판이 강하다”면서 “이제는 이런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한편 토론에 나선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올해 3.1운동 100주년, 대북 유화 정책 이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 지방선거 등 두 차례의 정치 이벤트가 있어 양국 정부가 나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교수는 “정부간 긴밀한 논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 지식인들이 공동성명이라도 내서 분위기 전환에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로명 전 외교부장관은 “징용피해자 배상 문제는 한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일본 정부의 이해를 얻어 일본 기업도 참가하는 재단을 만들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양국 문제를 제3의 기관인 국제중재에 맡기는 것은 서로에 좋지 않고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일본#한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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