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으로 승무원들 ‘욕받이·총알받이’ 돼…심한 자괴감”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7월 4일 09시 29분


코멘트
아시아나항공의 이기준 객실승무원 노조위원장은 4일 기내식 대란 사태와 관련, “대다수의 승무원들이 심한 자괴감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승무원들이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욕받이를 하고 총알받이를 하는 상황은 이성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선 기내식을 확보하지 못해 ‘노 밀(No Meal)’ 상태로 출발하는 여객기 탑승객들에게 제공되는 보상 쿠폰 관련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들에게 기내 면세점 등에서 사용 가능한 30∼50달러 상당의 쿠폰(TVC)을 지급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바우처를 제공한 이후 2차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탑승객들이)당일 항공편에서 바우처를 사용하려고 기내 면세품을 주문하는데, 그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 활동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항공기가 소량의 면세품을 탑재하다 보니 폭주하는 면세품 주문량을 못 맞춘다. 그러면 손님들한테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고, 손님들은 거기에 대해서 화를 내시고. 그래서 현장에 있는 승무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소위 5성급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아시아나 항공의 평판을 만들어왔는데,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구하는 데 한 번도 주저한 적이 없었는데,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하는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 때문에 기내식 대란이 발생했다”며 승무원들이 경영진 대신 ‘욕받이’, ‘총알받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가 올해 들어 기내식 공급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15년 동안 기내식을 공급한 루프트한자 스카이세프그룹(LSG)과의 계약 관계를 청산하고 게이트고메코리아라는 회사로부터 이달 1일부터 기내식을 받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기내식을 생산하는 공장에 불이 나 공급이 3개월 늦어지자 아시아나항공은 급히 샤프도앤코와 단기 계약을 맺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아사아나 직원들은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에 대해 ‘뜬금없고 느닷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기내식은 도시락을 만드는 수준 이상이다. 국제 수준에 맞는 위생 시설과 노하우가 있어야 되고, 탑승객 종교 문제, 건강 문제 그리고 어린이들, 영유아 등 고려해야 될 문제가 많은데 새롭게 신설되는 회사가 그런 능력을 단기간에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많았다”며 “그런데 회사에서는 충분히 준비하고 있고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중국 골프 행사에 참석했다 입국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 승무원들이 동원돼 꽃다발을 전달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어이는 없지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3일 JTBC는 현직 아시아나 승무원을 인용, 박 회장의 입국 뒤 승무원들이 꽃을 들고 환영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측은 “지난 2월 이후 승무원을 꽃 전달에 동원한 일은 없다”며 “귀국길에 우연히 승무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까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놀랄 만한, 큰 공분을 일으킬 만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룹 총수에 대한 중간 관리자들, 임원들, 이런 분들이 너무나 많이 그룹 총수를 사랑하셔서 그런 일들이 여러 차례 있어 왔고 부끄럽고 그랬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늘 해 왔던 일이니 이번에도 또 그랬구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을 종합해서 현장에 있는 승무원들이 대단한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