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하루만에 끝… 마크롱, 트럼프 작심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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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연설서 우선주의에 일침

“미국은 다자주의 체제를 창안한 나라로 이를 보전하고 다시 창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 “어느 때보다도 전 세계에 미국의 관여가 필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관세, 기후변화, 이민, 대이란 정책 등 각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날을 세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국들을 대립시키는 무역 전쟁은 우리의 사명과 세계 안보에 대한 결의, 역사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미국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동맹국에 철강, 알루미늄 등 각종 물품의 관세장벽을 높이는 것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인용하면서 “우리의 행성을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라고 외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사람들은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게 더 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꼬집으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희생시키고 지구를 파괴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자. 또 다른 행성(planet B)은 없다”고 호소했다.

이란 핵협정에 대해서도 “이 합의가 모든 우려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다른 대안 없이 핵협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는 이란 핵협정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 핵협정 파기를 암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음 사용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반복해 사용했던 “자유는 한 세대가 끝나기도 전에 사라질 것”이라는 격언을 인용했다. 그는 “21세기는 선조들이 상상도 못 했을 새로운 위협과 도전들을 불러왔다”며 “세계를 향한 문을 닫는다고 세계의 진화가 멈추지는 않는다. 공포와 분노는 아무것도 건설하지 못한다. 분노는 우리를 얼어붙게 하고 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고립주의와 극단주의를 비판했다.

전날 정상회담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 포옹, 양 볼을 맞댄 키스 등으로 친분을 과시한 마크롱 대통령의 작심 발언은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럽의 새로운 리더’를 꿈꾸는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유럽 국가들의 시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27일 워싱턴을 방문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로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야당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보냈다. 박수로 45번이나 연설이 잠시 멈췄다. “프랑스 만세!(Vive la France!)”를 외치는 의원도 있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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