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궂은일 은발봉사단 “김정숙 여사와 오찬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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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때 화장실 청소 맡은 주민들… 金 여사, 동아일보 보도 보고 자리 마련

10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 식당에서 김정숙 여사(오른쪽)가 지역 어르신 봉사단과의 오찬에 앞서 한 자원봉사자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10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 식당에서 김정숙 여사(오른쪽)가 지역 어르신 봉사단과의 오찬에 앞서 한 자원봉사자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올림픽 덕분에 영부인도 만났어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주차장 화장실 청소를 맡은 지역 어르신 10명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한 식당에서 마련한 오찬을 함께했다. 대한노인회 대관령분회 소속인 이들은 청소업체 인력 모집에 지원자가 없자 올림픽 관람객을 위한 대관령 환승주차장과 횡계주차장에서 화장실 청소를 직접 맡았다.

이날 오찬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어르신들이 혹한 속에서 하루 8시간의 궂은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본보(2월 21일자 A27면) 보도로 알려지면서 마련됐다. 청와대는 김 여사와 기사 속에 나온 주인공들이 오찬을 할 수 있도록 강원도에 요청했다.

김 여사는 “추위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올림픽을 무사히 치른 것은 모두 국민의 성원 덕분”이라며 “특히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이런 고된 일을 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박춘자 할머니(78)는 “평창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는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살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 이렇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니 얼마나 보람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평창 올림픽에서 대관령 칼바람을 맞으며 임시화장실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변기를 닦았다. 막힌 변기를 뚫고 떨어진 휴지를 보충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권화자 할머니(75)는 “보통 고무장갑을 끼고 일을 하는데 그러면 쓰레기봉투 묶기가 힘들어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일했더니 추위 때문에 손이 얼어서 움직이질 않더라”라며 “핫팩으로 손을 녹여가며 청소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노인회 대관령분회장을 맡고 있는 조욱현 할아버지(81)는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꺼려 걱정했는데 지역 노인들이 함께 힘을 모아줘 고맙다”며 “고되지만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면 매우 보람된 일이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어르신들 말씀을 들으니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는지 알겠다. 따뜻한 밥 한 끼로 작은 기운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청와대는 어르신들에게 손목시계와 장갑, 목도리를 선물로 증정했다. 김광기 대관령분회 사무장(75)은 “영부인과 함께 식사를 하고 선물까지 받으니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참석자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대한노인회 대관령분회#김정숙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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