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수상에 중력파 관측 이끈 美 과학자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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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3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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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배리시, 킵 손, 라이너 바이스 공동수상

노벨위원회 제공
노벨위원회 제공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많은 물리학자들의 예상대로 중력파의 비밀을 밝혀낸 미국인 과학자 3명이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공로로 라이너 바이스(Rainer Weiss)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Barry C. Barish) 라이고-비르고 과학협력단장, 킵 손(Kip S. Thorne)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이론물리학 명예교수 3인을 선정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배리 배리시 라이고-비르고 과학협력단 초대 단장 - R. Hahn 제공
배리 배리시 라이고-비르고 과학협력단 초대 단장 - R. Hahn 제공

전기가 움직이면 전파가 생겨나는 것처럼, 질량을 갖고 있는 물체가 붕괴하면 중력의 파장, 즉 중력파가 생겨난다. 중력파는 두꺼운 벽이나 지각, 물까지도 뚫고 전달되며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중력파가 존재는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며 그 존재를 예측한 바 있지만 그 파장이 미약해 지금까지 실제 관측에 성공하기 어려웠다.

손 교수, 바이스 교수는 중력파를 검출에 필요한 실험장치 라이고(LIGO·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 설치를 주도하고, 중력파 검증에 필요한 다양한 실험과 장비를 고안해 냈다.

이들의 손으로 태어난 라이고는 장비는 개선을 거듭한 끝에 결국 2015년 9월 먼 우주에서 태양 질량의 36배, 29배 크기의 블랙홀 두 개가 합쳐지면서 발생한 중력파를 검출했고, 연구진은 이 결과를 작년 2월 공식 발표했다. 당시 블랙홀들은 합쳐지면서 태양 3개의 질량을 잃어버렸으며, 이 질량만큼의 에너지가 중력파로 변해 지구에 도달했다.

이 연구에서 손 교수는 라이고가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해 주목해야 천체와 천문현상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연구했다. 레이저 장비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손 교수는 2009년 칼텍 교수직을 내려놓은 뒤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는 SF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너 바이스 미국 매사추에츠공대(MIT) 명예교수. - Michael Hauser 제공
라이너 바이스 미국 매사추에츠공대(MIT) 명예교수. - Michael Hauser 제공

바이스 교수는 라이고의 기기를 개발하고 성능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공헌했다. 1970년대 레이저 기술을 중력파 탐사에 응용하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다양한 종류의 프로토타입 중력파 검출기 간섭계를 제작, 실험해 장치가 가질 수 있는 잡음의 종류와 기기의 성능을 보고했다. 손과 바이스, 두 사람과 공동으로 라이고 설치를 주도했으며 줄곧 함께 연구해 왔던 로널드 드레버(Ronald drever) 칼텍 전 명예교수는 올해 3월 별세해 아쉽게도 수상에서는 제외됐다.

배리시 단장은 라이고 실험장치를 운영하며 13개국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라이고를 통한 중력파 연구에 세계 각국의 연구진이 참여할 수 있는 토대와 기틀을 마련했으며, 라이고의 기술적 성능 향상을 위한 제안과 실행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 한국 연구진의 참여도 있었다. 2009년 라이고 과학 협력단(LSC)에 가입해 비교적 늦게 시작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 소속 연구진 14인들은 주로 신호검출과 기기 잡음을 제거를 위한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도왔다.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명예교수 - Keenan Pepper 제공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명예교수 - Keenan Pepper 제공

세 명의 수상자는 총 900만 크로나(약 12억 7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상장을 나눠 갖는다.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은 이번 수상으로 3명의 수상자를 더 추가했다.

과학자들은 중력파 발견이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눈이 한 가지 더 생긴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주를 빛(망원경)과 중성미자(카미오칸데)로만 관측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중력파를 이용하면 더 많은 블랙홀과 초기우주의 흔적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중력파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김정리 한국천문연구원 리더급우수과학자는 “국제 과학계가 중력파 천문학의 결실을 인정한 것으로 한국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니 앞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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