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슈만이 말을 걸어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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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피아니즘’ 거장 비르살라제 첫 내한 연주회

엘리소 비르살라제는 일본과 중국 등에서 종종 공연을 했지만 한국은 처음이다. “궁금하고 설레요. 한국에 친구도 많아 그들과 함께 보낼 시간에도 기대가 커요.” 금호아트홀 제공
엘리소 비르살라제는 일본과 중국 등에서 종종 공연을 했지만 한국은 처음이다. “궁금하고 설레요. 한국에 친구도 많아 그들과 함께 보낼 시간에도 기대가 커요.” 금호아트홀 제공
‘러시아 피아니즘’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엘리소 비르살라제(75)가 16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첫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공연을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1915∼1997),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 등과 함께 피아노를 상징하는 인물로 통한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 피아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최고예술상을 수상한 그는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 후계자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슈만, 슈베르트, 프로코피예프, 리스트 등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공연 시간이 2시간에 달한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로 보일 정도다. “슈베르트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는 제가 거의 연주하지 않았던 곡들이죠. 슈만의 환상소곡집은 지루하지 않게 각각의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하는 작품이어서 도전이 됩니다.”

매번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는 그지만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느낀 무대는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이다. “모든 음악가는 연주하는 작품에 대한 이상적인 그림을 품고 있어요. 하지만 그 그림이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펼쳐지는 순간은 없죠. 사실 100% 저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무대는 없어요.”

그는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느끼지 않는다면서, 다만 시간이 부족할 뿐이라고 했다. “힘든 부분은 저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죠. 후학 양성에 콩쿠르 심사, 연주활동을 펼치는 데 모든 시간을 쓰고 있어요. 새 작품을 배우고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아쉽죠.”

그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 알렉세이 볼로딘 등을 키워냈다. 한국의 피아니스트로는 박종화와 김태형 등이 대표적인 그의 제자다. 비르살라제는 “학생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해줘야 한다”며 엄격한 교육관을 밝혔다.

그의 제자인 김태형은 비르살라제가 “굉장히 엄하고 철저한 선생님이면서도 공부를 마친 뒤에 사적으로 만났을 때는 따뜻하게 대해줘서 같은 분인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선생님은 연주를 즐겁게 하려고 하고, 음악에 모든 것을 걸면서 끝없는 애정과 노력을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김태형은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슈만 연주에 귀 기울일 것을 추천했다. “‘연주를 한다’고 느껴지지 않고 ‘말을 건다’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8만 원. 02-6303-1977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러시아 피아니즘#엘리소 비르살라제#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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