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보다 미국 갈 때 시차적응이 힘들었던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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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연구진 시차적응 차이 규명

휴가나 출장을 다녀오면 시차로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은 경험적으로 서쪽보다 동쪽으로, 즉 유럽보다 미국으로 이동할 때 시차 적응을 하기가 더 힘들다고 느낀다. 사람에 따라 유독 시차를 덜 느끼는 경우도 있다.

경험적으로 알려져 있던 시차의 원인이 생체시계가 환경에 동기화하는 방식 때문이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에드워드 오트 미국 메릴랜드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은 여행 방향에 따라 시차 적응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밝혀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카오스(Chaos)’ 12일자에 발표했다.

우리 뇌의 한가운데에 있는 시교차상핵은 고유한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그 덕분에 사람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들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나 수면 패턴이 급격히 바뀌면 스스로 태양빛과 온도 등을 인지해 생체시계를 맞춰 나간다.

연구진은 시교차상핵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그 결과 생체시계가 ‘앞으로 당겨지는 방식’이 아닌 ‘뒤로 늦어지는 방식’으로 시차를 극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가령 한국에서 영국 런던으로 갈 때는 생체리듬이 8시간만 늦어지면 적응할 수 있지만 비슷한 거리만큼 동쪽으로 떨어진 미국 시카고로 갈 때는 생체리듬이 14시간이나 늦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시간대가 빨라지는 동쪽으로 여행할 때는 시차 적응이 힘들다.

사람의 생체시계를 둘러싼 연구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4년 위르겐 아쇼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은 실험 참가자 13명을 32일 동안 어두운 방 안에 가둬놓고 생활하게 한 결과 생체시계가 24시간보다 길어진다는 사실을 밝혀 학술지 ‘생물학적 리듬(Journal of Biological rhythms)’에 발표했다.

또 2005년 스티븐 브라운 스위스 제네바대 분자생물학과 교수팀은 19명의 체온과 호르몬 변화 등을 관찰해 생체시계가 평균 24시간 30분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발표했다.

하지만 수면 유전자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생체시계에도 개인차가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체시계가 24시간에 가까운 사람은 상대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기 쉽고, 24시간보다 긴 사람은 ‘저녁형 인간’이 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오트 교수는 “서쪽으로 여행할 때 생체시계가 짧은 사람이 긴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적응하고, 동쪽 여행은 그 반대”라고 밝혔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시차적응#생체시계#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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