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학교 작은 클래식… 선율만큼 강한 전율 선물”

김유영기자 입력 2016-07-20 03:00수정 2016-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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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國 130개 도시서 한달간 음악축제… ‘원 먼스 페스티벌’ 기획 박창수씨
우리 주변 일상의 공간에서 공연 예술을 즐기자는 취지로 ‘2016 원 먼스 페스티벌’을 기획한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장을 차려입고 가야 할 듯한 클래식 음악회. 편한 옷을 입고 가정집 마룻바닥에 앉아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음악 선율뿐 아니라 진동까지 몸으로 느껴진다. 연주자의 거친 숨소리마저 연주와 어우러지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이런 ‘하우스콘서트’를 15년째 여는 음악인이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국을 주축으로 26개국 130개 도시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를 기획했다. 예술가 1500여 명이 클래식, 재즈, 실험 음악 등을 선보이는 ‘2016 원 먼스 페스티벌’이다. 무대도 슈베르트 생가, 왕립수도원, 도서관, 식물원, 학교 등으로 넓어졌다. 주인공인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52)를 최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만났다.

하우스콘서트를 집 밖으로 끄집어낸 이유를 물었다.

“2002년 서울 연희동 집에서 시작한 하우스콘서트가 10년 됐을 때였죠. 해외에서 공부한 연주자들이 국내에 오면 기량이 떨어지는 경우를 봤어요. 연주 기회가 많지 않다는 데에 답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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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조사한 바는 이렇다. 전국에 500석 이상의 공연장은 약 400곳. 하지만 대부분 연 10회 공연에 그쳤다. 80% 안팎의 예산을 트로트 가수 공연에 투입하고 나머지를 쪼개 클래식 국악 등 ‘기초 문화’ 공연에 쓰는 식이었다.

“하드웨어(공연장)와 소프트웨어(연주자) 모두 풍부한데 기가 막혔죠. 돈 되는 문화에만 매달리는 건 위험해요. 대중문화가 열매라면 기초 문화는 씨앗이에요. 베토벤이나 바흐가 없었다면 대중음악도 지금과 달랐겠죠. 기초 문화가 떠받쳐 주지 않으면 남이 한 걸 따라 하는 수밖에 없어요.”

2013년 7월 12일(하우스콘서트 시작일) 전국 문화예술회관 65곳에서 일제히 음악회(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사건)를 열면서 그의 도전은 시작됐다. ‘관객이 올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만석인 공연장이 속출했다. 자신감을 얻어 2014년 한중일 3국에서 한 달간 ‘원 먼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2015년엔 유럽으로 개최국을 늘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가야금 명인 황병기,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쟁쟁한 인물도 무대에 올랐다.

“큰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지만 정부와 대기업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연주자는 작은 콘서트 특유의 분위기에 매료돼 흔쾌히 공연을 수락한다. 이름을 얻기 전부터 공연했던 의리로 참여하는 연주자도 적지 않다.

박 대표는 지난해 집을 줄여 마련한 1억 원을 보태 행사를 진행했을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그래도 하우스콘서트 입장료는 2만 원으로 묶어 놓고 있다. 올해엔 예산 부족으로 개·폐막식을 생략했다. 그 대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공연을 페이스북으로 중계해 외연을 넓혔다. 이 모든 과정을 매니저 2명과 준비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축제를 이어 가는 이유를 물었다.

“대중문화만큼 기초 문화의 가치도 인정받았으면 해요. 돈이나 인력이 많지 않아도 잘 놀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보름째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공연계의 독립투사’는 “두고 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축제 리허설장으로 향했다.

원 먼스 페스티벌은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국내에서는 예술가의집과 서울시 시민청, 세종문화회관, 지방의 문화예술회관, 산골 초등학교, 카페 등 96곳에서 155개의 공연이 열린다. 02-576-7061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원 먼스 페스티벌#음악축제#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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