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의 문학뜨락]일제말, 민중을 위로한 청년 시인들

김지영기자 입력 2016-03-30 03:00수정 2016-03-3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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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맞는 우리 문인들 “혜산 할아버지는 어쩌면 엑소보다도, 소녀시대보다도 슈퍼스타예요. 부모님도, 학교 선생님도 할아버지를 알고 있거든요. 아마도 할아버지의 시들이 그 어떤 노래보다도 어른들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달 초 경기 안성시 안성맞춤랜드에서 열린 ‘혜산 박두진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한 초등학생이 낭독한 편지다. 박두진(1916∼1998)은 ‘청록파’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로 시작되는 시 ‘해’로 유명하다.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그 시편이 두루, 오래도록 사랑받아 왔다는 점에서 ‘슈퍼스타’로 봐도 좋겠다.

1916년 출생,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은 박두진을 비롯해 시인 김종한, 안룡만, 설창수, 시조시인 이영도, 소설가 김학철 최태응 이봉구, 시나리오 작가 최금동 등이다. 박두진과 이영도를 제외하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문인들은 아니다. 서정주 박목월 황순원 함세덕 강소천 등 한 해 전 태어난 1915년생 문인들의 중량감을 떠올리면, 문인을 편애하는 해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1916년생 문인들의 문학사적 의미도 만만치 않다. 이영도는 청마 유치환의 서간집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의 수신자로도 유명하지만, 한국문학사에서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첫 여성 시조시인이기도 하다. 소설가이자 독립운동가인 김학철은 항일투쟁의 여정을 소설화한 ‘격정시대’와 회고록 ‘항전별곡’ 등을 통해 기록문학의 가치를 알렸다. 설창수 시인이 경성(서울)에서 활동했던 문인들과 달리 평생 고향 경남 진주에서 지내면서 지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것도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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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말 암흑기에 감수성 예민한 20대 청년기를 보내면서도 문학에의 열망을 접지 않았고 나이 서른에 광복을 맞은 이들이다. 광복 이듬해 을유문화사에서 근무하던 박두진은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시집 ‘청록집’을 내고 문학 활동을 이어간다. 그래서 올해는 ‘청록집’ 70주년의 의미도 있다. 시와 순소설 창작 위주였던 이전 문인들과 달리 이영도, 김학철, 최금동, 대중소설가 이봉구 등이 문학 장르를 확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점에서 1916년생 문인들의 의미를 “문학 다양성의 출발”(평론가 유성호)로 부를 만하다.

올해도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은 ‘2016년 탄생 100주년 문인 기념문학제’를 열고 심포지엄과 기념행사 등을 개최한다.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자리의 크기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이들 덕에 한국문학사는 풍요롭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탄생100주년#문인들#박두진#김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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