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었던 꿈들이… 다시 새록새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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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교육원, 2015년 첫 선 ‘다문화 예술영재 발굴캠프’ 가보니

14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로 캠퍼스에서 열린 ‘다문화 예술 영재 발굴 캠프’에 참석한 장수관 군(왼쪽 사진 오른쪽)이 레슨을 받고 있다. 일대일 레슨이 진행되는 동안 대기 중인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거문고 연주 실습을 했다. 캠프는 코리아그랜드레저(GKL) 사회공헌재단 주최로 신현택 서초문화재단 이사장의 장학금 후원으로 운영됐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4일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로 캠퍼스에서 열린 ‘다문화 예술 영재 발굴 캠프’에 참석한 장수관 군(왼쪽 사진 오른쪽)이 레슨을 받고 있다. 일대일 레슨이 진행되는 동안 대기 중인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거문고 연주 실습을 했다. 캠프는 코리아그랜드레저(GKL) 사회공헌재단 주최로 신현택 서초문화재단 이사장의 장학금 후원으로 운영됐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줄 맞출 수 있어요?”

긴장되는 듯 대답을 못 했다. 그 대신 한 줄씩 조심스레 조율을 한 후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1악장’을 연주했다. 형광펜 색칠로 도배된 악보에는 그간의 연습이 보였고 이내 50.2m²(약 15평)의 레슨실은 선율로 가득 찼다. 하지만 연주가 뚝 끊어지고 날카로운 지적이 나왔다. “첫 음에서 활을 더 확 써야 해. 높은 라 음도 더 오래 가게…. 비브라토를 음을 집기 전에 하지 말고. 음을 집고 비브라토를 해야….”

1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대학로 캠퍼스. 매서운 지적이었지만 장수관 군(11)에게는 포기하려던 꿈이 다시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한예종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은 13∼17일 이곳에서 ‘다문화 예술영재 발굴캠프’를 열고 있다. 기회가 부족한 다문화가정 아이들(11∼15세)의 잠재된 예술 재능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올해가 첫 회다. 실기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20명은 4박 5일 동안 한예종 교수들에게 무료로 일대일 레슨을 받았다.

14일 본격적인 레슨이 시작되자 긴장감이 흘렀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장 군의 말이다. “7세 때 집 근처 공연장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처음 들었어요. 바이올린을 사 달라고 아빠를 졸랐고 생일 때 10만 원짜리 바이올린을 선물로 받았어요. 그때부터 하루에 2, 3시간씩 연습했죠.” 장 군은 첼로, 플루트, 오보에도 함께 연주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그럴수록 가정의 부담감도 컸다. 대형마트에서 야간에 일하는 등 어려운 집안 사정상 레슨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 장 군은 “부모님이 미안해하는 것 같아 저도 미안했다”며 “부모님께 부담 주지 않고 악기를 배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총 12개의 레슨실마다 아이들의 열정과 사연이 넘쳐났다. 중국인 어머니를 둔 임자영 양(12)은 올초부터 유튜브에서 연주 동영상을 보며 혼자 피아노를 연습해왔다. “다문화가정 아이라 특혜로 배운다는 편견이 심한데, 실력으로 그런 편견을 깨주고 싶어요.”(임 양)

박상민 교수는 “배움의 기회가 많지 않은 아이들이라 집중력과 받아들이는 능력의 강도가 대단했다”고 평했다.

아이들은 레슨 시간 외에도 매일 2시간씩 개인 연습을 했다. 캠프 마지막 날 발표회 후 평가를 통해 총 3∼5명이 선발되고, 1년간 일대일 실기 교육을 매주 1회씩 무료로 받는다. 무스타파 타레쿠히 군(10)은 “아빠는 요르단인, 엄마는 한국인”이라며 “이름 때문인지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내 이름이 자랑스럽다. 요르단은 내전과 테러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을 위해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캠프 측은 아이들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상태에서 혼자 연습하다 보니 기본기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교육원 김은지 팀장은 “현악기는 일주일에 두세 번 가는 학원 수강료가 25만 원이 넘는다. 일반 가정에서도 뒷바라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원은 장기적으로 캠프를 상설 다문화 예술영재 교육아카데미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김대진 교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지만 전시성이거나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으로 재능 있는 다문화 아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한예종 교육원#다문화 예술영재 발굴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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